러시아와 사드 대응 공조키로
한미일 vs 중러 구도 고착화
중국이 전략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핵심 갈등현안마다 주요 파트너를 바꿔가며 대미 대응구도를 다변화하고 있다. 출범을 코앞에 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전방위적으로 대중 강성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데 대한 대응책의 성격이 짙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 중국은 러시아를 끌어들여 ‘한미일 대 중러’ 구도를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제6차 중러 동북아안전협상회의’를 열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우려와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고 향후 공동대응에도 나서기로 했다. 양국은 특히 공동성명을 통해 한미 양국에 사드 배치 중단을 공개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 한국을 향한 사드 보복뿐만 아니라 일본의 사드 도입 기류를 겨냥한 무력시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정치ㆍ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속내를 활용해 한미일 군사안보동맹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셈이다.
한미일 3국이 사드를 강조하는 명분인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대응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의지를 ‘빈 약속’으로 폄하하고 중국 측에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여전히 대북제재와 대화 재개 병행추진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러 모두 한미일 군사안보동맹이 공고해질수록 북중러 동맹구도를 복원해야 할 필요성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회원국들과의 개별 접촉을 통해 우호국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 12일 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나 해양분야 협력을 강화키로 한 게 단적인 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중ㆍ베트남 관계가 멀어지는 듯했지만 중국은 공산당 간의 교류 형식을 빌려 관계 복원을 이뤄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말 미국의 전통우방인 필리핀이 반미친중 노선을 공식화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중국은 특히 아세안 국가들과의 접촉에서 ‘경제력’을 노골적으로 무기화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초청해서는 240억달러(약 28조원)의 경제협력 선물 보따리를 내놨고, 이번 베트남과의 당대당 회동에서도 수십억달러 규모의 경협선물이 건네졌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중국이 지난해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쩍 강조하고 있는 세계 금융ㆍ경제질서 재편과 관련해선 개발도상국의 이익 대변자를 자처하고 있다. 실제 G20 정상회의 때는 초청 개도국 수가 역대 최다였다. 미국ㆍ일본ㆍ유럽연합(EU) 중심의 기존 질서에서 개도국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자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다. 이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이에 대항하는 동맹군을 확보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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