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12일 귀국 연설을 분석해보면 ‘분열’ ‘실패’ 등 국내ㆍ외 위기상황을 강조하면서 ‘통합’을 해법으로 내세우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약 15분간 낭독한 A4 용지 5장짜리 연설문에는 ‘분열’과 ‘실패’란 단어가 각각 3번씩 사용됐다. ‘국민’(16회)과 ‘국가’(5회) 다음으로 많이 등장한 단어다. 특히 연설문 모두에서부터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것을 제가 손수 보고 느꼈다”고 말해 정치인으로 변신을 작심한 거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는 외적인 위기 상황에 대해선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안보, 경제, 통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강점인 글로벌 리더십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 국내의 위기 상황에 대해선 “나라는 갈갈이 찢기고 경제는 활력을 잃고 사회는 부정으로 얼룩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이라는 단어는 비록 한 번만 사용했지만, 해법의 결론 부분에서 언급해 무게감을 더했다. 그는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된다”며 “국민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설문에는 또 ‘권력의지’란 단어가 네 차례나 등장한다. 항간에서 거론되는 대선 레이스 중도포기 가능성을 일축시켜야 대선 주자로서 입지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특히 “많은 분들이 저에게 권력의지가 있느냐고 물어왔다”면서 “그분들이 말하는 권력의지가 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세계 일류국가를 만들어낼 노력을 하는 의지라면 저는 제 한 몸을 불사를 수 있는 각오가 돼 있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다”고 강조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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