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수영 횡단ㆍ헬스장 문화…
두 아이를 한국에서 낳은 일
가장 큰 기억으로 남을 것
테러 사건 후 뜨거운 성원 경험
한미 대북정책은 완전히 일치
후임 인사는 아직 파악도 못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귀국을 앞두고 있는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의 제법 또박또박한 한국어 발음에는 귀국에 대한 기대감보다 한국을 떠나는 아쉬움이 잔뜩 배어있었다. 프로야구장을 찾아 ‘치맥’을 즐기고 찜질방에 앉아 구운 달걀을 먹는가 하면 역술인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서 낳은 두 아이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주는 등 과거 어떤 주한 미국대사보다 한국 생활에 심취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는 충분히 인연의 속담을 거론할 자격이 있어 보였다.
20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리퍼트 대사는 13일 서울 정동 미국대사관저(하비브하우스)에서 외교부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지고 별리의 아쉬움을 쏟아냈다. 리퍼트 대사는 “그릭스비(리퍼트 대사의 애완견)를 제외한다고 해도 두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며 “우리 가족은 한국의 역사, 문화 뿐 아니라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표현할 수 없는 애정을 갖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좋은 추억이 너무나 많다”며 “한국어를 배웠던 일부터 수영해서 한강을 건넌 일, 야구경기장 방문, 대구 치맥 페스티벌 참가, 미국 대사로서 36년만의 전남대 방문 등은 여러분의 우정이 선물한 좋은 기억들”이라고 말했다. 소회를 밝히는 도중 만감이 교차한 듯 리퍼트 대사의 목소리는 떨렸고 간간이 눈가에 이슬도 맺혔다.
재임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리퍼트 대사는 “아무래도 두 아이를 여기서 낳은 일”이라며 “한국 국민이 우리 가족을 받아주신 걸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가 말하는 도중에도 아들 세준(2) 군이 아빠 품과 간담회장 곳곳을 뛰어다녔다. 부인 로빈 여사는“세준이가‘뽀로로’를 너무 좋아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에서 느낀 가장 큰 문화 충격으로 헬스장 문화를 꼽았다. 그는 “운동하러 헬스장에 갔더니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운동복을 입고 운동하고 있는 모습이 재미났다”고 소개했다. 그는 야구장에서 한국인들이 하나같이 치킨을 먹는 광경을 보고 놀랐다고 덧붙였다. 리퍼트 대사는 재작년 괴한에게 습격 당한 사건을 거론한 뒤 “사건 이후 여러분들의 뜨거운 성원을 경험했다”며 “환대와 선의, 우정은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는 대북 대응공조를 위한 한미 동맹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대화의 채널을 열어두고,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었다”며 “(대북) 제재의 핵심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양국 간 대북정책은 완전히 일치했으며 한미일 3자 협력도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문제에 대한 대화를 거부해 굉장히 실망했다”며 “그 때문에 미국의 (대북)정책 역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덧붙였다.
리퍼트 대사의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외교 당국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장 라인업이 최근 구축한 상태라서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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