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사업자들 2014년부터
동탄2 신도시 인근 90만㎡ 개발
용인~오산 녹지 훼손 우려 커지자
환경보호단체ㆍ정치권에 로비까지
경기 화성시 동탄2 신도시 남단에 대규모 산업단지 3개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돼 환경파괴 논란을 낳고 있다. 용인ㆍ오산을 잇는 녹지축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민간 사업자 측은 환경단체와 지역 정치권에 전방위 로비를 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화성시 등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 남동 측을 둘러싼 동탄면 장지리에 2014년부터 민간사업자들이 산업단지 3곳을 추진 중이다. 디티비홀딩스㈜가 계획한 동탄3 일반산단(46만7,235㎡)과 동탄제이산업개발㈜의 동탄2 일반산단(25만5,483㎡), 세종레피아가 구상한 장지일반산단(17만7,055㎡) 등이다. 산단 예정지는 장지리 산79-2와 산68-1, 680-17번지 일원으로 그 면적만 동탄2 신도시 주택용지(807만4,269㎡)의 10분의 1이 넘는 90만㎡에 달한다.
문제는 장지리 일대가 4년여 전 골프장 건설이 무산됐을 만큼, 환경보존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는 것이다. 동탄2 신도시를 보듬는 유일한 완충녹지이기도 하다. 화성환경운동연합의 조사서를 보면 장지리 장지저수지와 마등산 등의 임야에는 법정보호종인 원앙, 황조롱이, 도롱뇽의 서식이 확인됐다. 한강유역환경청도 동탄3 일반산단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검토의견서에서 ‘사업 추진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동탄2 일반산단은 지난해 4월과 10월 두 차례나 경기도 지방산업단지계획 심의위원회에서 재심의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민간사업자들은 산단 개발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일부 사업자는 환경단체 간부를 회유하거나 지역정치권에 로비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환경운동연합 측은 산단 입지 반대의견을 낸 이후 수십 만원 단위의 후원금이 입금되는가 하면 일시 후원 문의가 잇따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화성환경운동연합은 의문의 후원금을 반환한 상태다.
본보가 입수한 녹취파일에도 이런 정황은 고스란히 담겼다. 파일을 보면 각 사업자 측과 관련된 인사 3,4명이 화성환경운동연합 간부 등을 잇따라 만나 “민원이 조작된 것이 아닌지 법적 검토를 할 것이다”, “사업승인 나면 후원금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말을 하며 협조를 부탁했다. 한 인사는 “(사업자 측에서) 지역 기자, 시의원들에게 다 이야기 했다”며 노골적으로 회유하기도 했다. 정한철 화성환경운연합 사무국장은 “사업자 측이 누구에게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지역에 파다하다”고 했다.
반면 녹취파일 당사자들은 발언의 취지가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한 민간사업자 대표 A씨는 “사업을 하다 보면 별 소문이 다 나기 마련”이라며 “지역 정치권 인사 등을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원칙대로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면서도 “난개발 등의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나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민원을 막을 수 있는 권한 역시 지자체에는 없다”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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