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다음주 조윤선ㆍ김기춘
소환 앞두고 물증 확보 나서
문화ㆍ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12일 전직 청와대 행정관의 주거지 등 7곳을 극비리에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다음주에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키로 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의 정점에 있는 두 사람의 소환에 앞서 이들을 옥죌 수 있는 결정적 물증을 확보하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전직 청와대 행정관 A씨의 자택을 포함, 총 7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폰, 관련 서류 등을 압수했다. A씨는 리스트가 최초 작성된 2014년 5월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관련 실무를 담당한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주도 하에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고, 이를 교육문화수석실을 통해 문체부 등에 하달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 장관이었다.
특검팀은 다음주중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불러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이들 두 사람과 일정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이날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소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예상컨대 다음주 정도면 날짜가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 동안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서 “블랙리스트 존재를 모르고 지시도 한 적 없다”고 연루 의혹을 줄곧 부인해 왔으나, 특검팀은 두 사람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이미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환 시기는 조 장관이 김 전 실장보다 먼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에 대해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블랙리스트에 반대한 문체부 1급 공무원의 사표 종용 등 두 가지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사표 종용’ 의혹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전 실장이 청와대 말을 잘 듣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미리 정리하는 작업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 집행 등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를 받는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이날 새벽 구속수감됐다. 다만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문수석의 구속영장은 “피의자의 역할과 실질적인 관여 정도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특검팀은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와 관련, 김경숙(62)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정씨의 2015년 이화여대 체육학부 입학과정 및 정씨가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도 좋은 학점을 받는 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업무방해), 지난달 15일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조만간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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