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비만율 9년새 1,7%p↑
영유아 비만율도 7년새 2.8%p↑
저소득층일수록 비만 더 심해
“과자ㆍ탄산음료 과다 섭취 등
저소득층 간식부터 영양 불균형“
영유아 비만율이 7년 새 두 배로 높아졌다. 성인의 고도비만, 초고도비만도 가파른 증가세다. 특히 성인은 물론 영유아조차 저소득층에서 비만율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난할수록 살이 찐다”는 가난과 비만 간 양(陽)의 상관관계가 어려서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확고히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6 비만백서’를 내놓았다.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건보공단이 비만과 관련해 발간한 첫 백서다.
백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성인 비만율은 28.1%다. 2006년(26.4%)보다 1.7%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고도비만율은 이 기간 2.5%에서 4.1%로, 초고도비만율 역시 0.1%에서 0.3%로 큰 폭으로 늘었다. 비만 정도는 신장과 체중의 비율(㎏/㎡)을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산출하는데, BMI가 25 이상 30 미만이면 비만, 30 이상 35 미만이면 치료가 필요한 고도비만, 35 이상이면 수술이나 약물 복용 등이 요구되는 초고도비만으로 분류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패스트푸드 등 고열량 음식 섭취 증가, 교통수단의 발달 및 업무ㆍ생활 양식의 변화로 운동량이 감소한 게 성인 비만율을 높인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비만은 저소득층에서 훨씬 두드러졌다.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소득이 적은 1분위부터 소득이 많은 20분위까지 구간을 나눠 비만율을 분석했더니 저소득층(1분위)에 속한 성인의 고도비만율은 4.8%로 3.4%인 고소득층(20분위)의 고도비만율보다 높았다. 초고도비만율 역시 고소득층은 0.2%에 그쳤지만 저소득층은 0.5%였다.
성인들만이 아니었다. 비만율 상승 속도는 영유아(2~5세)에서 훨씬 빨랐다. 2008년 1.4%에 그쳤던 영유아 비만율은 2015년 2.8%까지 상승했다. 게다가 영유아의 경우 ‘비만 양극화’도 훨씬 심했다. 1분위 가정에 속한 영유아의 비만율은 3.7%로 전체 평균(2.8%)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20분위 가정에 속한 영유아 비만율은 평균보다 낮은 2.5%에 불과했다.
비만이 가난의 상징이 돼가는 현상을 두고 의학계에선 다양한 원인들을 제시한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몸 관리를 할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다”며 “건강한 식사에 대한 접근도가 떨어지는 반면 패스프푸드 등 정크푸드에 자주 노출되는 것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영유아의 ‘비만 양극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식생활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는 “간식에서부터 영양 불균형이 발생하는데, 실제 조사 결과 기초생활수급 가정의 영유아들은 간식으로 과자, 사탕, 초콜릿을 먹는 비율이 다른 가정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았다“고 말했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건강의학과 교수 역시 “보호자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영유아의 경우 탄산음료 등 과당류에 노출 빈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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