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 회사원 열차 포기, 자가용족으로…
코레일 수요 판단 없는 졸속 열차행정
지난해 12월9일 오후7시 경북 구미에 직장을 둔 성준(52ㆍ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구미역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오후 7시8분 구미를 출발하는 하행선 ITX-새마을호 열차가 폐지된 것이다. 오후 7시51분 ITX 열차를 탈 수 밖에 없어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성씨는 그날 이후 시외버스로 퇴근을 시도해봤지만 퇴근길 교통체증 탓에 운행 시간이 1시간 넘게 걸려 귀가 시간이 늦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성씨의 선택은 자가용 승용차 운전이었고, 한 달간 출퇴근 휘발유값만 50만원이 나왔다. 성씨는 “10년 넘게 오후 7시 전후 두 대의 기차를 번갈아타며 퇴근했는데 열차가 한 대로 줄어든데다, 시간도 당겨지면서 아예 열차 통근을 포기하게 됐다”며 “대구와 구미를 오가는 통근자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대구 집에서 구미 직장을 오가는 회사원들의 열차이용 형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제대로 예고도 없이 퇴근시간 대 통근열차를 반토막내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
코레일은 한 달여 전인 지난달 9일부터 기존 오후 6시55분, 7시8분에 구미역을 출발하던 무궁화, ITX-새마을호 하행선 열차 시간을 오후 6시50분 하나로 조정했다. 오후 6시21분 구미발 하행선 열차는 퇴근 직장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빠듯하고 6시50분 다음 하행선 열차는 오후 7시51분이어서 회사원이 서둘러 6시50분 열차를 타지 못할 경우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촌극이 연출된 것이다.
반면 저녁시간대 구미발 하행선 열차는 오후 8시7분에 이어 9시4분, 13분, 37분 등 9시대에 집중 배치됐다.
코레일은 SRT 개통, KTX 운행 증가에다 선로 배분 문제까지 겹치면서 국토부의 사전 신규인가를 받아 구미역 열차시간을 조정했으나 사전에 제대로 홍보하지도 않은데다 통근열차 이용객들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졸속 열차행정이라는 지적이다.
구미역 바로 앞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박모(55ㆍ여)씨는 “열차시간 변경 전에는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오후7시에 퇴근해도 7시8분 열차를 탈 수 있었지만 지금은 퇴근시간대에 6시50분 열차 뿐이어서 퇴근시간을 아예 6시30분으로 앞당겼다”며 “코레일이 퇴근시간대를 무시하고 구미지역 이용자가 거의 없는 오후 9시대에 열차를 대거 배치한 것은 넌센스”라고 말했다.
김천구미역은 구미역에서 택시로 30분 정도 떨어져있는데다 KTX 열차 뿐이어서 대구-구미 출퇴근 근로자들은 크게 이용하지 않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시간 개편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했으나 대구와 구미 간 통근 고객들의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어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구미에 직장을 두고 있는 대구지역 임금근로자는 1,606명이고, 열차시간 개편 전 구미발 대구행 열차 이용객은 하루 3,000명 선이다.
구미의 한 시민은 “코레일이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통근시간대 열차 운행을 반토막낸 것은 비상식”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대구와 구미 간 상생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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