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에서 다량 혈흔 발견
“손찌검한 후 내려줘” 혐의 부인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김모(52)씨는 지난 2일 오후 3시쯤 오빠가 잠들어 있는 강원 춘천시 동산면의 한 공원묘지를 찾았다. 김씨는 때마침 이 곳을 찾은 남편 한모(53)씨를 만났다.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소송 중이던 이들 부부는 묘지 인근에서 심한 다툼을 벌였다. 그런데 이튿날인 지난 3일 ‘하루가 지나도록 엄마가 귀가하지 않고 있다’는 딸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남편 한씨가 2일 오후 3시 25분쯤 공원 묘지를 빠져 나왔으나, 김씨는 차량을 남겨둔 채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의 차량과 묘지 인근에선 다량의 혈흔이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정밀감식 결과 혈흔은 모두 김씨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혈흔이 다량인 점으로 미뤄 심각한 수준의 상해사건으로 판단, 사건 현장에 있던 한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지난 9일 경기 광주시의 한 음식점에서 검거했다. 특히 이혼소송 등 부부 갈등과 차량에서 나온 혈흔, 김씨가 실종된 지 열흘이 되도록 목격자는 물론 아무런 행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한씨가 아내를 살해한 것에 무게를 뒀다. 경찰은 한씨에게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적용해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렇게 이 사건은 ‘시신 없는 살인’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춘천지법은 12일 이 사건 용의자인 한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피의자가 달아날 우려가 있다”고 영장을 발부한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일 이후 한씨의 차량이 이동한 경로와 그가 머문 곳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남편 한씨는 여전히 “묘지에서 아내와 다툰 뒤 먼저 갔다”며 혐의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과 묘지 인근에서 나온 김씨의 혈흔에 대해서는 “때린 것은 사실이나, 손찌검 정도였을 뿐이었고, 아내를 차에서 내려준 뒤에는 행방을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나 다량의 혈흔, 실종신고 이후 아내 김씨의 행적이 전혀 파악되지 않는 점을 볼 때 살해 가능성이 크다”며 “한씨의 범행을 입증할 수 있도록 김씨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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