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헬기에서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을 가능성이 높다(1월 6일자 22면)는 정부의 첫 공식 보고서가 나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2일 광주 금남로 1가에 위치한 10층짜리 건물인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총탄 흔적에 대한 최종 감정 결과, 10층 내부에서 식별된 탄흔들은 헬기와 같은 비행체에서의 발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1980년 5월 당시 전일방송 영상 데이터베이스(DB) 사업부가 사용하던 10층에선 내부 기둥(56개)과 천장 텍스(28개), 바닥(56개), 창틀(2개) 등에서 모두 142개의 탄흔이 발견됐다.
국과수는 10층에서 발견된 탄흔의 탄도들이 상ㆍ하향으로 42~50도인 점 등으로 미뤄 최소 10층 이상 높이에서 사격한 것으로 판단했다. 헬기와 같은 비행체가 10층 내부 기둥과 같은 높이의 공중에서 정지한 채 고도만 상하로 바꾸면서 사격했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국과수는 10층 내부의 탄흔은 구경 5.56㎜나 7.62㎜ 소총 실탄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사용된 총기의 종류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국과수는 그러면서도 천정 텍스에서 식별된 탄흔의 생성 방향을 근거로 5ㆍ18 당시 헬기(UH-1 500MD)에 장착된 기관총(M60)을 난사하는 ‘기총 사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1968년 12월 지하 1층 지상 7층으로 지어진 전일빌딩은 이후 4차례 걸쳐 10층으로 증축됐고, 빌딩 옥상은 5ㆍ18 당시 시민군이 계엄군의 광주 진압에 맞서 마지막까지 항쟁했던 공간으로 쓰였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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