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앞바다 어선침몰… 실종자 아직 못찾아
‘망보기 소홀’ 대형상선, 사실상 눈감고 운항
지난 10일 오후 구룡포 앞바다 어선침몰사고는 익숙하지 않은 항로를 운항하던 대형 상선이 사실상 눈을 감고 운항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상선과 어선 모두 “시끄럽다”는 이유로 충돌방지 경보장치를 꺼놓았던 것도 사고를 부채질했다.
포항해양경비안전서는 12일 포항 앞바다에서 충돌 사고를 낸 209주영호 선장 박모(58)씨와 홍콩 선적 인스피레이션 레이크호 선장인 중국인 추모(4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공해 상에서 두 선박이 충돌해 주영호 선원 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한 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해경은 상선 선장이 당시 자동항법 시스템으로 운항하면서 선원이 견시(망보기)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조타실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육안이나 레이더로 침몰 어선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이들 두 선박은 비교적 최신형으로, 다른 선박이 일정 거리에 들어오면 경보음을 울리는 충돌방지 경보시스템이 장착돼 있었지만 사고 당시에는 꺼 놓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양측 운항 책임자들이 조타실에서 딴짓을 했더라도 경보기만 켜 놓았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또 해당 상선은 사고 해역이 부정기노선이어서 익숙하지 않은 항로였지만 12노트(22㎞/h)의 비교적 빠른 속도로 운항했고, 어선의 선장도 씨앵커(물돛)를 내려놓고 배가 정지한 상태에서 상선이 다가오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선장 두 명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마치고 진술을 토대로 증거 분석과 운항 부주의, 과실 여부를 따지고 있다"며 "공해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국내 처벌 여부도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사고 사흘째인 12일에도 해경이 실종선원 4명 수색에 나섰지만 별 진전이 없다. 사고 해역인 구룡포 동쪽 22마일 해상 일대에서 경비함정 6척과 어선 20척, 해경·해군 항공기 3대, 헬기 2대를 동원해 바다를 샅샅이 뒤지고 있으나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선이 뒤집힌 해역에는 현재 초속 13∼15m의 강한 바람이 불고 4∼5m의 높은 파도가 일어 풍랑주의보가 내렸다. 선체와 바다 밑을 수색하기 위해 잠수부 16명이 동원했으나 기상이 나빠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해경은 실종자 가족들과 협의해 날씨가 좋아지는 대로 3차례 선체 수색을 한 뒤 어선을 예인할 방침이다.
이곳에선 지난 10일 오후 2시쯤 홍콩선적 원목 운반선 인스피레이션 레이크호(2만3,269톤)와 구룡포 선적 오징어 채낚기 어선 209주영호(74톤)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어선에 타고 있던 선원 7명 가운데 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1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주영호와 충돌한 상선은 원목을 실으려고 지난 8일 오전 중국 장쑤성 타이창(太倉)항을 출발해 러시아로 항해하던 중이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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