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되어주세요] 96. 4~6세 비글 미오, 사랑, 소원, 푸름이
이번 주 ‘가족이 되어주세요’에서는 대학에서 의약용품 유해성 실험, 영상의학 관련 실험에 동원되다 구조된 비글 네 마리를 소개합니다.
여섯 살 암컷인 사랑과 푸름, 소원은 실험실 모견으로 활용되다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게 되자 의약용품 유해성 실험, 영상의학 관련 실험에 동원됐습니다. 무려 5년간 실험실 밖을 나와본 적이 없었던 것이죠. 대학의 결단으로 세 마리는 지난 해 8월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의해 구조됐습니다. 나머지 세 마리보다 덩치가 약간 작은 미오(4세·암컷)는 영상 관련 실험에 활용되다 언니들보다 한 달 뒤에 실험실 밖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온 네 마리는 소음, 냄새 등 그 동안 전혀 겪어보지 못했던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활동가와 봉사자들은 모든 게 낯설게 느껴지는 네 마리를 위해 구태여 일부러 안아주거나 다른 개들과 억지로 어울리게 하지 않고 그저 천천히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결과 처음에는 구석에 숨기도 하고 다른 개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일반 반려견 못지 않은 애교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이와 푸름이는 실험실 내에서 의지를 많이 했는지 지금도 항상 같이 다니면서 의지를 합니다. 푸름이가 비글 종답게 사고를 칠 정도로 밝고 명랑한 반면 사랑이는 사람을 따르면서도 막상 안으려고 다가가면 도망 다니는 데요. 비글구조네트워크를 이끄는 유영재 대표는 “사람을 따르는 걸 봐선 사람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손이 다가오면 실험을 당했던 경험이 떠오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미오는 처음에는 구석에 숨어서 아예 찾기도 어렵고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소심했는데요 이제는 다른 개들하고 엄청 잘 어울리고, 봉사자들이 오면 먼저 안아달라고 할 정도로 활발해졌습니다. 특히 먹을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해요.
소원이는 네 마리 가운데 유일하게 일반 가정에서 1개월간 생활을 마치고 왔습니다. 네 자매 중에서도 가장 사람을 좋아하는데요, 반면 다른 개들한테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정이 든 봉사자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면 무척 서운해할 정도로 사람을 따릅니다. 성대수술을 받아 짖지 못하고 슬개골 탈구와 이빨 관리도 필요합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와 봉사자들은 실험견이 구조되면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게 하고 또 일반 가정에서 1개월 가량 생활하면서 혹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등을 파악한 이후 입양을 보내게 됩니다. 입양하려는 가족이 나타난다고 해도 최소 1개월간의 적응기간을 거친 다음에 입양심사를 하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3~5년간 케이지 밖을 나오지 못한 개들이니만큼 사람들이 생활하는 패턴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상담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유 대표는 “입양을 한 가족들이 활동가, 입양상담담당자, 봉사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공유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을 위해 평생을 지냈지만 아직까지 집 밥 한번 먹어보지 못한 네 자매가 평생을 함께 할 가족을 기다립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정진욱 인턴기자
이예진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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