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전 유엔 대사가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성향에 대해 “결코 보수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 측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극히 아끼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로 거론돼 온 반 전 총장의 최측근 인사의 이 같은 발언이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의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 전 대사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국내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본다면 반 전 총장은 결코 보수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엔은 개발도상국을 잘 살게 해주고, 소외 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향상하는 일을 주 업무로 삼는데 이 분야들을 한국에서 보수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전 대사의 발언은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에 대한 일반적 평가를 언급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정치적 해석의 여지가 적지 않다. 반 전 총장이 최근 “정치적 대통합”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인 국민의당 등이 연대ㆍ연합하는 제3지대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 전 대사는 이를 의식한 듯 “반 전 총장은 정치세력 연계 경험이 없어서 전문성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오 전 대사는 다만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와 관련해 “포용적 리더십, 통합과 안정, 배려, 제프리 삭스 교수와 함께 이야기한 경제 정책들을 포괄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인 경제사회 이슈들과 불평등 해소, 인권문제, 양극화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이 유엔 차원에서 다뤄진다”며 “반 정 총장이 그런 데서 어떤 경험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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