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커제 9단
백 박영훈 9단
<장면 15> 백1에 몰자 흑2로 패를 땄다. 박영훈은 가만히 백3에 두어 소박하게 흑 석점을 내놓으라 했다. 문득 커제가 허리를 젖히고 두 손으로 머리칼을 잡아당기는 모습이 떠오른다. 판세가 불리할 때 나오는 커제 버릇이다.
백 대마를 잡으려면 당연히 흑이 5에 이어야 하지만 커제 손은 4로 간다. 아직 항복할 생각은 없으니 꾹 참은 것이다. 내가 먼저 살아놓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백5에 끊어 흑 석점을 잡으니 백 대마는 100% 살았다. 박영훈이 컴퓨터 화면에 ‘놓아 보기’를 띄워 마우스로 칙칙 <참고도>를 그렸다. “흑1에 이으면 백2로 딴다. 다음 흑이 어떤 팻감을 써도 받지 않고 백4로 딴다. 흑3, 5로 아래 백돌을 잡은 것보다 백이 귀 쪽 흑을 잡는 것이 더 크다.”
백 대마가 선수로 살았다. 백11로 붙이자 위쪽 흑 집도 쭈그러든다.
-이제 형세는.
“백집이 많다. 덤을 받지 않아도 넉넉하게 이길 정도다. 이 뒤 계속 두어 백이 제법 손해 봤다. 그래도 마지막에 흑이 돌을 거둘 때는 백이 5집반 쯤 이겼으니 이 바둑은 내용으로는 여기서 끝났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커제를 이겼다.
“커제가 잘 두기는 해도 예전 전성기 때 이창호나 이세돌과 같은 급은 아니다. 세계대회 결승에 오른 것을 팬들이 좋아해 주어 더 기쁘다. 앞으로 잘 준비해 우승으로 보답하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