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젠-20 맞서 미국 F-35B 첫 해외 배치
전략무기 대결 가열 전망
한반도 주변 집중돼 불안감 증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국배치, 동ㆍ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국 군용기들의 이어도 상공 도발 등으로 미국과 중국간 패권다툼의 주무대가 최근 급속히 한반도 주변으로 확산된 가운데 이 일대 양대 강국의 화력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특히 9일 중국 군용기들의 한국 및 일본의 방공식별구역(ADIZ) 도발 직후 단 한번도 국외로 보내진 적이 없는 미국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들이 12일 주일미군 기지에 전격 배치된다. 미중 양국의 최첨단 전략무기들이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일제히 집결하는 모양새로 군사적 충돌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NHK는 11일 미국 해병대 발표를 인용해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주일미군 이와쿠니(岩國) 기지에 배치될 F-35B 전투기 10대가 지난 9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기지를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B는 이와쿠니 기지에 배치된다. 일부는 오키나와(沖繩)에 주둔중인 제3해병부대 지휘하에 들어가 훈련에 참여할 예정이다. F-35의 3개 모델 가운데 F-35B는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성능 외에도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상륙강습함에 탑재된 상태에서 근거리 상륙작전에도 참여할 수 있는 등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통합타격기(JSF)로 평가된다.
미일 양국은 올해 1월 F-35B 모델을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키로 지난해 합의한 바 있지만, 실제 배치가 이뤄지며 미중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차세대 주력 전투기로 상정하고 있는 기종인데다 이번이 미 본토 밖에는 처음 배치하는 것이어서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을 반영한 것은 물론 직접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F-35B기는 올 하반기에 추가로 6대가 주일미군에 순차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F-35B기의 주일미군 배치는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과 중국 간 본격적인 전략무기 배치 경쟁을 촉발할 것이란 전망을 낳는다. 최근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 전단이 서해와 동중국해, 남중국해는 물론 사상 최초로 서태평양까지 진출하는 과정에서 차세대 주력 전투기 젠(殲)-20과 전략폭격기 훙(轟)-6K 등을 선보이며 주변국을 압박해왔다는 점에서다. F-35기의 전격 배치는 중국이 보유하지 못한 위협적 자산 배치를 통해 한국과 일본ㆍ대만 등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 동맹군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상대를 향한 무력시위와 전략무기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랴오닝호는 11일 현재 대만 남서쪽 방공식별구역으로 거침없이 진입해 대만해협 서북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랴오닝호 전단을 동태평양까지 진출시켜야 한다고 공언한 가운데 미국은 항공모함 칼 빈슨호를 서태평양 지역으로 파견하는 등 맞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이 둥펑(東風)계열 탄도미사일을 본토 동부해안은 물론 남중국해 인공섬에까지 배치하자 미국은 북핵 위협을 명분삼아 주일미군에 배치한 전략폭격기 B-1B는 물론 미 본토에서 B-52까지 출격시킨 바 있다.
현 상황에선 미중 간 군사적 긴장과 전략무기 배치 경쟁이 한반도 주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중 간 사드 논란도 사실상 미중 간 갈등의 한 축이 되어 있고 동중국해 내 이어도 역시 지난 9일 중국 공군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공으로 분쟁지역화할 여지가 높아졌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방공식별구역은 한중일 3개국이 겹치는 지역”이라며 “중국군이 커져서 활동영역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또 이날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정책을 소개하는 ‘아태안전협력정책 백서’를 처음 발표하며 사드배치 중단을 거듭 요구했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한국의 어수선한 국내 상황과 미국의 정권 교체기를 이용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듯하지만 이번 미국의 F-35 전투기 배치로 인해 오히려 양측간 충돌 가능성만 커진 셈”이라며 “무엇보다 지난해 남중국해에 집중됐던 미중 갈등이 동중국해를 거쳐 한반도로 점차 북상하는 듯한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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