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A씨는 이달 초 지인에 이끌려 서울의 한 식당에서 열린 모임에 참석했다. 모임에선 자신들을 ‘서울시 단체법인’ B위원회 간부들이라고 소개한 3,4명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축하사절단 초청안내’ 라는 등의 유인물을 20여명에게 나눠줬다. 명함에는 트럼프 당선자의 이름을 딴 위원회 이름과 성조기 문양 등이 새겨져 있었다. 국내에 트럼프 당선자와 같은 대학을 다녀 친분이 두터운 비선 인사가 있고, 이달 20일 취임식에 즈음해 5박6일 일정으로 함께 방문할 사절단을 모집하고 있다는 말도 곁들었다. 한 남성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청와대가 사절단을 꾸리지 못한다. 여기에 참여하면 취임식 현장에 갈 수도 있고 사업하는 사람들은 이득도 볼 수 있다”고 현혹했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
그러면서 이들이 내민 것은 사절단 일원으로 참가하며 투자금을 내놓겠다는 내용이 담긴‘사절단 투자(후원) 약정서’였다. A씨는 11일 “기업인들을 농락하는 단체 같아 회비라고 거둔 3만원을 내고 나와버렸지만, 다른 참석자 일부는 약정액을 쓰는 듯 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서울시는 이 단체가 비영리 민간단체나 재단ㆍ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한 적이 없다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허위 내용을 적시하고 다니는 단체로 보인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외교부도 외국정상이나 사절단을 초청하지 않는 게 미국의 관례라고 전했다.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단체 관계자는 “약정서를 받은 일이 없고 유인물 등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서울시 단체법인’라는 표현을 쓴데 대해서는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둘러댔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