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구룡포 앞바다 어선침몰 미스터리
알림
알림

구룡포 앞바다 어선침몰 미스터리

입력
2017.01.11 20:00
0 0

맑은 대낮에 파도도 잔잔했는데 왜

전문가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

대형상선, 자동운항 중 전방주시 태만 가능성

조타실 선장도 딴일 몰두 가능성

포항 구룡포 앞바다에서 상선과 충돌, 뒤집힌 오징어채낚기어선 주영호 옆부분에 큰 구멍이 나 있다. 포항해양경비안전서 제공
포항 구룡포 앞바다에서 상선과 충돌, 뒤집힌 오징어채낚기어선 주영호 옆부분에 큰 구멍이 나 있다. 포항해양경비안전서 제공

지난 10일 오후 2시쯤 경북 포항시 구룡포 앞바다 어선침몰사고 원인이 미스터리다. 2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한 이번 사고는 어민들은 물론 해난전문가들도 의아해 할 정도다. 육지에서 24마일(38.4㎞)이나 떨어진 잔잔한 바다에서, 그것도 안개도 없고 훤한 대낮에 충돌한 사례는 전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인 포항해양경비안전서는 사고 이틀째인 11일 두 선박의 선장을 불러 사고 경위와 과실 여부 등을 조사했지만 구체적 사고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포항해경 등에 따르면 사고는 10일 오후 2시쯤 포항 남구 구룡포 동쪽 24마일 바다에서 홍콩 선적의 원목운반선 인스피레이션 레이크호(2만3,269톤)가 구룡포 선적 오징어채낚기 어선 209주영호(74톤)를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충돌 당시 주영호는 야간조업을 마치고 바닷물에 던져 놓은 ‘씨앵커’를 내린 채 휴식 중이었다. 209주영호 선장 박모(58)씨는 충돌 직후 3마일 거리의 같은 회사소속 어선 609주영호(69톤)에 무전을 쳐 “우리 배가 충돌했다. 죽을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209주영호로부터 구조요청을 받은 609주영호는 2시 2분쯤 어업정보통신국을 거쳐 2시4분쯤 해경에 신고했다.

선사 관계자는 “사고 당시 선장은 조타실에, 기관장은 조타실 아래에 있었고 선원들은 야간조업을 위해 선실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숨진 베트남 선원은 파공 부위로 튕겨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선장과 기관장은 충돌과 함께 바다에 빠졌다가 선박에 걸려 있는 줄을 붙잡고 뒤집어진 배 위로 올라왔지만 머리를 크게 다친 기관장과 베트남 선원은 끝내 숨졌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4명의 선원은 아예 선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자체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해난사고 전문가는 “해당지역은 특별히 항로가 지정되지 않은 곳으로, 부근에는 수십 척의 어선들이 흩어져 있었다”며 “맑은 날씨에 상선 운항 관계자가 졸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사고”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상선은 먼바다에선 자동항법장치로 운항하는데, 이를 너무 믿고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어선 선장도 평소 조업하던 대로 닻을 내려놓고 다른 일을 하느라 상선이 다가오는 것을 보지 못했을 수 있다”며 쌍방과실 의혹을 제기했다.

해경은 선박간 충돌 사고가 일어난 만큼 일단 양측 모두 견시(망보기)에 소홀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가 난 해역은 정해진 항로가 없는 곳으로, 항로 침범을 따지기는 어렵다”며 “운항에 주의를 기울였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원인은 상선의 항법장치 기록과 양쪽 선장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지만, 자칫 국제 분쟁기구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해경은 이틀째 함정과 헬기 등을 동원해 사고해역 주변을 수색했지만 실종자들을 찾지 못했다.

한편 이날 사고로 숨진 기관장 김모씨는 이번 출항이 생애 마지막 조업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김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이번을 마지막으로 일을 그만두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베트남인 선원 1명은 원래 지난달 25일 함께 승선하기로 했지만, 일이 힘들다고 빠지는 바람에 목숨을 구했다.

어선과 충돌한 홍콩 상선은 중국 장쑤성 타이창(太倉)항을 출항, 러시아에서 원목을 싣기 위해 한국 근해 공해상을 지나던 중이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