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측 “검찰이 위법하게 압수 수집”
검찰, “배후에 대통령 있다”맞서
검찰, “미르ㆍK스포츠재단 통해
崔씨ㆍ차은택 돈 빼내고 이권 사업
박 대통령은 모금 현황 보고 받아”
박근혜 대통령 지시를 받아 최순실(61)씨 일가의 이권 몰아주기에 적극 개입한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핵심 물증인 자신의 ‘업무수첩’의 증거 채택에 제동을 걸었다. 검찰은 “배후가 대통령”이냐고 따지면서, 박 대통령이 출연금 현황 보고를 받으며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직접 챙긴 정황과 최씨 측이 재단을 이용해 어떻게 이익을 챙기려 했는지를 밝히며 압박했다.
업무수첩도 태클… 검찰 “대통령이 배후라 볼 수밖에”
안 전 수석 측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2차 공판에서 “업무수첩 사본 전체가 증거로 채택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달 29일 증거로 신청한 수첩 17권 중 11권은 영장 혐의 기재 사실과 무관한 데도 압수돼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변호사가 일부 발췌해 낸 내용을 검찰이 보고 수첩이 더 존재하는지 알았던 것 아니냐”며 “(안 전 수석에게) 유리한 부분을 검찰이 뺀다고 할까 봐 전체 사본을 (법원에 증거로) 내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안 전 수석과 최씨 등이 10일 (대통령) 탄핵심판에 고의로 불출석한 상황도 그렇고,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가 제시되는 걸 막으려는 의도”라며 “배후에 대통령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무엇이 두렵냐”고 쏘아붙였다. 안 전 수석 측은 이에 “증거로 쓸지는 재판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맞섰다.
검찰 “최씨 일당 사적 이익 챙길 의도”
검찰은 “재단 모금에 챙긴 사적 이익이 없다”고 지난 5일 첫 공판에서 항변한 최씨 측 주장을 반박했다. 최씨가 지인들의 명의를 빌려 최씨와 그의 측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나 더블루K 등 각종 회사를 세운 뒤 미르ㆍK스포츠재단에서 돈을 빼내거나 이권 사업을 함께 추진하려 한 정황을 제시했다.
차 전 단장이 미르재단 사업을 화이트보드에 설명하면서 동시에 플레이그라운드의 K푸드ㆍK뷰티 등 사업을 끼워 넣는 등 각종 이권사업을 동반 추진한다는 구조를 그린 정황이 차씨 측 직원 진술과 사진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계열사 포레카 인수과정에서 최씨 일당에게 지분을 넘기라는 협박을 받았던 컴투게더 측이 그린 관계도도 제시됐다. 관계도에는 ‘오래 전부터 재단 설립 구상 및 준비 – 포레카 인수해 대기업 광고 싹쓸이 – 뜻대로 안 되자 플레이그라운드 설립’이라고 돼 있고, 그 정점에 박 대통령과 최씨가 있다고 표시돼 있다. 검찰은 민간기업도 국정농단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단과 관련해 “당시 경제수석(안종범)의 지시였기 때문에 거부할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다”는 삼성 미래전략실 김완표 전무의 진술도 공개됐다. KT 등 다른 기업들도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돈을 냈다는 진술도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 모금 현황을 안 전 수석으로부터 문서로 보고 받으며 각별히 신경 썼다.
전경련과 안 전 수석도 재단 모금 문제 인식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두 재단이 최씨의 이권 챙기기용으로 설립됐단 의혹이 제기됐을 때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이 공개한 ‘재단 관련 언론제기 의혹 및 주요 내용 요약’이란 전경련 내부 보고서는 안 전 수석의 지시로 지난해 9월 작성됐다. 보고서에는 ‘기업들이 재단에 출연한 명분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각 기업들의 ‘약점’이 상세히 기재됐다. ‘삼성은 계열사 합병문제가 해결된 직후였고, SK는 최재원 부회장의 사면을 바라는 상태였으며, 롯데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었다고’고 적혔다. 이어 ‘포스코는 자원외교 등 비리 수사 중이었고,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복권을 기대했으며, CJ는 이재현 회장이 재판 중이었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기업들이 이권을 챙기거나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 돈을 낸 것이라는 문제에 대해 사실상 자인하는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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