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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일그러진 교수들…상아탑 내 자성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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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일그러진 교수들…상아탑 내 자성 목소리

입력
2017.0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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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ㆍ안종범 등 교수 출신 관료

상당수가 최순실 게이트 연루

“학생들 순응적이라 비판하며

정통 관료보다 쉽게 타협”

“경제적 이익 위한 연구 몰두

사회 비판ㆍ성찰 기능 잃어”

설마 했던 의혹들이 하나 둘 사실로 밝혀지며 국민들을 경악하게 한 ‘최순실 게이트’에서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은 다수의 교수들이 국정농단의 핵심에 있었다는 점이다. 권력과 돈을 쫓는 교수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몇몇의 타락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연루된 이들도 많고, 그 죄질도 엄중하다. 교수 출신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직권남용, 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관료 생활 후 교수 신분으로 돌아간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1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특히 정유라(21)씨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사 특혜는 이대 교수들의 조직적인 지원에 의한 것이 밝혀졌다. 줄곧 의혹을 부인하던 류철균 교수와 남궁곤 전 입학처장은 구속됐다.

교수 사회 내에서 처절한 반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대학학회의 발간지 ‘대학: 담론과 쟁점’ 최신호는 ‘교수, 개혁의 대상인가 주체인가’를 특집으로 다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학과 교수들의 순응주의와 이기주의, 기득권에 안주해 온 반(反)지식인적 삶에 대해 교수집단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획된 글들로, 교수 출신 관료들의 곡학아세와 비판기능이 사라진 교수집단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담겼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교수들의 타락이 대학의 위기와 궤를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기고한 글에서 “정통 관료보다 훨씬 쉽게 타협하고, 공무원으로서 최소한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라며 “대학이 죽었고, 그 과정에서 교수들은 더 많이 타락한 것”이라고 적었다.

신자유주의가 대학에도 깊숙이 침투해 정부가 재정지원을 매개로 대학을 통제하고, 대학은 이에 순응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연구만 하며 사회 비판과 성찰의 기능을 잃었다는 점도 많은 교수들이 지적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종범 전 수석과 김종 전 차관을 예로 들며 “대학이 배출하는 한국의 지식 엘리트들은 어떻게 서로 신뢰하는지, 연대하는지 배우지 못했다”며 “지식 엘리트는 자원이 풍부한 경제 엘리트 및 정치 엘리트와 쉽게 동화되고, 연대성과 공공성이 결여된 이들은 쉽게 ‘내부자들’이 된다”고 일갈했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권력에 순응하는 교수들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서영표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화 세대 교수집단이 정부를 사적인 자리에서만 비판하고 정작 불이익을 받는 게 두려워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들은 학생들이 보수적이고 순응적이며, 비판적이지 않다고 비난한다”며 교수들의 이율배반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서 교수는 특히 “대학 교수들은 권위를 가져야 한다”며 “줄을 잘 서고 돈 냄새를 잘 맡아 ‘억지로 만들어진’ 권위가 아닌, ‘줄’과 ‘돈’에 의해 유지되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대안을 찾는 지적 노력에서 권위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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