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재감정할 필요도 없어”
대통령 역사교과서 발언자료와
이메일 주고받은 인사들 공개도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장시호(38ㆍ구속기소)씨가 제출한 ‘제2의 최순실 태블릿PC’의 실물과 이 PC의 이메일에서 확인된 삼성그룹 인사의 실명, 또 최씨가 이 PC를 통해 받아보고 수정한 역사교과서 관련 박근혜 대통령 발언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각종 증거물의 신빙성에 의혹을 제기하며 ‘지연전술’을 펴고 있는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측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분석된다.
11일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브리핑을 통해 장씨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삼성 갤럭시 탭 태블릿 PC의 실물을 공개하며 “정상적인 디지털포렌식 과정을 거친 것으로 특검은 재감정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날 최씨 측 변호인이 해당 태블릿PC와의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며 정밀 감정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특검보는 “태블릿의 연락처 이름은 최서원(최순실의 개명 후 이름)이고 사용자 이메일 계정은 최씨가 예전부터 사용하던 주소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 특검보는 전날 정호성(4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 과정에서 최씨가 사용한 PC가 맞다는 추가 근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수사팀이 정 전 비서관에게 태블릿PC 내부에 다운로드 돼 있던 2015년 10월 13일자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말씀 자료’ 문서를 제시하자 정 전 비서관은 “그 전날인 10월 12일 최씨에게 말씀자료 초안을 보냈는데 유난히 수정사항이 많아 특별히 기억하고 있다. 확실히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특히 이 특검보는 “(최씨가 받아본 말씀자료에) 역사관과 관련한 언급이 있다”며 최씨가 국정교과서와 관련한 청와대의 대응지침까지 전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극심했던 당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특검은 또 해당 태블릿PC에서 100여건의 이메일을 확보했으며 “최씨와 주로 이메일을 주고 받은 사람은 데이비드 윤(최씨의 독일 현지 조력자), 노승일(K스포츠재단 부장), 박원오(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황성수(삼성전자 전무)”라며 실명을 함께 공개했다. 특검팀은 태블릿PC의 개통자, 요금 납부자, 저장된 문서들의 정확한 유통경로, 위치정보 등을 추가 분석 중에 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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