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을 하루 앞둔 11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풍(潘風)’의 진원지인 충청을 방문했다. 문 전 대표 측은 “반 전 총장 귀국과는 관계없는 일정”이라고 해명했지만 행보에서는 반 전 총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망향의 동산’을 찾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묘소를 참배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10억엔의 돈만 받았을 뿐 일본으로부터 공식적인 사죄조차 받지 못했던 합의”라며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무효의 합의인 만큼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새롭게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반 전 총장은 위안부 합의 당시 “환영한다. 대통령이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문 전 대표의 이날 행보는 ‘반기문대망론’ 중심지에 한발 앞서 찾아 반 전 총장의 아픈 곳을 공격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반 총장이 귀국하는 12일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난다. 사드 배치 결정의 문제점을 환기하면서 아직까지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반 전 총장의 외교 정책에 선제적으로 견제구를 날리는 모양새다.
송은미 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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