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도 필요 없다. 일본이 참말로 사죄만 한다면 나는 편히 눈을 감고 갈 수 있것다. 나비처럼 훨훨 날아갈 수 있것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가 매일같이 하던 말이다. 1918년 12월 17일에 태어난 김 할머니가 올해로 백수(白壽)를 맞았다. 양력으론 오는 14일이 생신이다.
11일 오전 김 할머니가 5년간 입원 중인 경남 통영시 도산면 경남도립통영노인전문병원을 찾았다. 어떻게 지냈냐는 기자의 질문에 간병인의 도움으로 보청기를 낀 그는 “주는 대로 잘 먹고 있고, 좋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병원 관계자는 “김 할머니는 하루 세 끼 모두 잘 챙겨 드시는 등 비교적 건강한 상태지만 가끔 잠을 자다 갑작스럽게 깨어나 극도로 불안해 하는 ‘섬망’ 증세를 나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생존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40명(국내 38명·해외 2명) 가운데 2번째 고령자다. 최고령자는 올해 102세로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지내는 정복수 할머니다.
김 할머니는 1937년 18살 때 고향 통영에서 중국으로 끌려가 중국ㆍ대만 등지에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당시의 고통은 말로 다할 수 없지만 할머니는 월세로 살면서도 보조금 등을 아껴 장학금을 내놓기도 했다. 할머니는 통영지역 여고생들을 위해 장학금 2,000만원을 내놓았고, 지난해에는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민간국제모금운동에 100만원을 내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2015년 12월 한국과 일본 정부간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 자금으로 마련된 ‘화해치유재단’ 기금도 받지 않고, 법원에 한국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12명 원고에 참여했다.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우리 정부가 몇 차례 할머니를 찾아 기금 수령을 요구했지만 거절했다”며 “할머니는 일본의 진정한 사죄만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4일 병원 지하강당에서는 김 할머니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린다. 생일축하 잔치는 할머니가 걸어온 길을 담은 영상 상영에 이어 꽃다발 증정, 축하연주, 선물 전달, 사물놀이 공연, 노래공연 등 순으로 진행된다.
통영=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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