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1학년들 졸업
가슴에 노란 리본 배지 단 학생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간직한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11일 정든 교정을 떠났다.
단원고는 이날 오전 10시30분 교내 4층 강당에서 3학년 411명과 학부모, 1∼2학년 후배들이 참석한 가운데 졸업식을 치렀다. 졸업한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1학년으로서 세월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선배와의 추억, 애환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마지막 재학생이다.
졸업생들의 표정에선 대학 진학이나 사회진출을 앞둔 설렘과 참사의 아픔을 되새기는 숙연함이 교차했다. 희생된 선배들을 기리는 마음에 가슴이나 가방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졸업식은 희생자에 대한 묵념, 학사보고, 상장 수여, 재학생 송사, 졸업생 답사, 내빈 축사, 교장 회고사 등으로 이어졌다. 송사를 맡은 2학년 대표는 “기쁜 일 슬픈 일 함께해 온 단원고에서의 추억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며 “헤어짐의 슬픔보다는 더 크고 밝은 세상을 향한 부푼 희망에 젖어있을 선배님들을 응원한다”고 참사를 겪은 선배들을 위로했다.
답사에 나선 3학년 졸업생 대표는 “정든 교정을 떠나는 오늘, 즐거웠던 학교생활들도 많이 생각나지만 우리는 재학시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슬프고 힘든 일이 있었다”며 3년여 전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친구와 선생님들은 아픔을 용기로 극복하고 힘을 합쳐 서로를 위로해 단원고가 새롭게 거듭나도록 노력했다”며 “몸은 떠나지만, 마음 만은 단원고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졸업생 가운데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생존자의 동생 3명도 있었다. 생존자 형을 둔 A군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이겨내 졸업하게 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해 목숨을 건진 형은 간호사를 꿈꾸며 현재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다.
참사로 형을 잃은 B군은 “형을 대신해 열심히 생활하겠다”며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 컴퓨터보안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의연함을 보였다.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과 학부모 일부는 인근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 영정 앞에 헌화 분향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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