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더! 4년 더!”(Four more years!)
미국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56)가 8년 임기를 마무리 짓는 고별연설을 펼친 10일(현지시간) 밤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매코믹 플레이스는 ‘4년 더 대통령으로 있어 달라’는 아쉬움 섞인 환호로 가득 찼다. 이들을 지켜보는 오바마의 눈에는 오래도록 눈물이 맺혔다.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 마침표를 찍으러 온 오바마 대통령의 인사를 듣기 위해 전국 각지에선 1만4,000여명이 몰려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려는 지지자들이 연설 시작 12시간 전부터 행사장 밖에 긴 줄을 늘어섰다. 새벽부터 내린 겨울비로 강추위가 들이닥쳤지만 시민들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입장이 시작된 오후 5시 직후 일반 관객과 백악관 직원 가족, 700여명의 취재진으로 장내가 가득 차자, 차마 자리를 맡지 못한 수백명은 연설이 진행된 50분 내내 선 채로 성조기를 흔들며 힘찬 지지를 보냈다.
오후 9시 감색 정장과 푸른 넥타이 차림으로 홀로 무대로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잠시 2008년 11월 대선 승리 연설을 위해 이곳 무대에 처음 섰던 당시를 회상하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계속되는 환호와 박수에 연설을 시작하지 못하던 그는 “아무도 제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을 보니 레임덕이 맞긴 한가보다”고 위트 넘치는 발언으로 말문을 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8년 간 쌓은 민주주의와 연대, 미국의 번영 등에 대한 견해를 특유의 명문으로 풀어나갔다. 그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답게 특히 흑인 및 사회적 소수자를 격려하는 부분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할 때마다 걱정과 두려움을 떨쳐내려는 듯 환호를 보냈다. 연설 초반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는 10일 내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hallmark)을 목격할 것”이라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약속할 때만 해도 장내에는 야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연이어 존중과 타협을 강조, 현장을 희망적인 분위기로 바꿔나갔다.
오바마는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순간 눈물을 참지 못했다. 부인 미셸 여사에 “당신은 롤모델로 우뚝 서 백악관을 모든 사람의 장소로 만들었다”며 인사를 전하고는 먹먹해진 듯 손수건을 들었다. 흑인 여성의 아이콘으로 남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 미셸 여사답게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관객은 일제히 일어나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관객석 제일 앞줄에 앉은 남색 드레스 차림의 미셸 여사는 여유로운 미소로 화답했지만, 곁에 있던 장녀 말리아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연설 후 오바마 대통령은 가족 및 조 바이든 부통령 부부와 연단에 남아 마지막 무대를 함께 한 방청객들을 하나하나 지목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는 무대를 내려온 후에도 20분 이상 행사장을 떠나지 않은 지지자들을 위해 돌아와 포옹을 나누는 등 따뜻한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영상] 오바마 고별 연설, "Yes, we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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