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6살 입양 딸 학대ㆍ사망 양어머니 무기징역

양아버지 징역 25년ㆍ동거인 15년

재판부 “엄한 처벌은 피해자에 대한

죄송함의 고백이자 최소한의 예의”

게티이미지뱅크

입양한 6살 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모가 중형을 선고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 신상렬)는 11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살인과 사체 손괴,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양어머니 김모(31)씨에게 무기징역을, 양아버지 주모(47)씨에게 징역 25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씨 부부의 동거인 임모(20)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들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최소 17회 이상 물 한 모금도 입에 대지 못한 채 투명테이프로 온몸이 묶여 5시간에서 55시간 동안 베란다에 갇히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죽어갔다”며 “피고인들은 키 92㎝, 몸무게 15㎏에 불과한 피해자에게 끔찍한 학대행위를 반복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주도 면밀하게 그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행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의 친모는 입양돼 잘 자라고 있는 것으로 믿었던 피해자가 학대 끝에 사망해 그 시신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과 슬픔, 분노로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며 “피고인들에게 엄한 처벌을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사회적 안전망 등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사회의 피해자에 대한 죄송함의 고백이자 최소한의 예의”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씨 부부 등은 지난해 9월 28일 오후 10 59분쯤 경기 포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2년 전 입양한 피해자 주양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물과 음식을 주지 않은 채 다음날 오후 3시 55분쯤까지 약 17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같은 30일 오후 10시 22분쯤 딸의 시신을 포천시의 한 약수터 입구 공터에서 불에 태워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양은 6월 12일부터 9월 3일까지 13차례에 걸쳐 짧게는 5시간에서 길게는 26시간 동안 신발끈과 테이프로 묶여 베란다에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부부 등은 계속된 학대로 주양이 눈에 띄게 마르는 등 건강이 악화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9월 13일 오후 6시 47분부터 55시간 가량 주양을 묶어둔 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달 16일 오전 2시부터도 약 45시간 동안 물과 음식을 주지 않은 채 방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주양이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입을 테이프로 막거나 온몸을 묶은 채 서서 재우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양이 베란다에 방치된 사이 주씨 부부 등은 외식을 하거나 영화를 보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투싼 승용차를 신차로 구입하는 등 씀씀이가 커져 빚이 는 후에는 학대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무기징역, 주씨에게 징역 25년을, 임씨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