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KTX 세종역 신설과 관련, 뜬금없이 ‘시기상조론’ 을 피력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청장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새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해 “이미 행복도시 주변에는 오송역이 있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KTX 신설 문제는 도시 규모가 더 커지고 필요성이 제기될 때 검토해야 한다. 지역 간 이견이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청장이 사실상 KTX 세종역 신설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 청장의 이런 발언은 현재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해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부어 용역까지 진행 하는 것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철도시설공단에 의뢰해 총 1억7,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8월부터 KTX 세종역 신설을 포함해 3개 노선의 철도 선로용량 확충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은 서울과학기술대와 서영엔지니어링이 맡아 지난해 말 완료하려다 수서발 KTX(SRT) 운행에 따른 여건 변화 등을 담는다는 이유로 늦춰지고 있다.
이 청장의 시기상조론에 대해 공직사회 안팎에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사안에 대해 뒤늦게 산하 외청장이 공개적으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세종청사 부처 공무원은 “국토부가 이미 용역을 한참 전 시작해 다듬고 있는 과정에서 ‘뒷북 치는 식’으로 산하기관장이 공개석상에서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국토부에도, 이를 바라보는 지자체나 주민에게도 바람직하진 않은 거 같다”고 꼬집었다. 이 공무원은 “차라리 국토부에 행복청의 의견을 내부적으로 전달해 참고해 달라고 요청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와 충북도 등 주변 지자체 간 KTX 세종역 신설을 두고 빚어진 갈등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찬반을 떠나 중앙부처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하필 이 시점에 언급하는 것은 지자체 간 갈등 해소는커녕 오히려 편가르기 등에 악용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유력한 세종역 신설 예상 지역이 행복청과 무관한 구도심이라는 점에서 이해관계기관도 아닌데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여론도 있다. 이 청장이 시기상조론의 이유 중 하나로 지자체 간 갈등을 든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KTX 세종역 신설과 무관한 행복청이 이해관계가 있는 지자체 간 갈등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지자체의 입장을 내놓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이런 언급이 정치적으로도 읽혀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이 청장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게 나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도심 한 주민은 “KTX 세종역은 행복도시의 중추인 중앙행정기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이 청장이 의견을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다만 시민들은 이 청장의 언급을 두고 행복청이 KTX 세종역 문제에 관계가 있거나 혹은 시기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낸 것으로 오해할 소지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10일 브리핑에서 한 이야기는 KTX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거나 시기상조라는 의미로 한 것이 아니다. 행복도시에는 대규모 교통망이 필요한데 그걸 KTX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검토해보자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내가 말한) 단어나 토씨를 전부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며 “도시 가치를 끌어올리고 인구 많아지면 교통문제는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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