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통일신라 시대의 과도기적 석탑양식을 보여주는 ‘미탄사지 삼층석탑’(味呑寺址 三層石塔, 경북 경주시 구황동 소재)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928호로 지정했다고 11일 밝혔다.
9세기 혹은 10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탄사지 삼층석탑은 통일신라 시대 왕경 내 형성된 도시사찰로 당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탄사지 내 위치한다. 미탄사는 삼국유사에 ‘황룡사 남쪽에 위치한다’는 기록이 있어 고려 후기까지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높이 6.12m 규모에 총 36매의 부재로 구성된 탑은 도괴로 기단부와 탑신부(몸돌)의 일부 부재가 소실된 채 방치돼 있다가 1980년 복원됐다. 복원에 사용한 새 부재가 구 재료와 이질감을 지니나, 신라석탑 기초부의 형식을 파악할 수 있는 데다 탑의 형태가 정연하고 적절한 비례감을 지니고 있어 보물로서 가치를 인정 받았다.
미탄사지 삼층석탑은 통일신라 시대의 전형적인 석탑양식에서 벗어난 과도기적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 석탑의 판축 기법과 달리 잡석과 진흙을 다져 불을 지피는 방식으로 한 단이 완성될 때마다 굳히면서 쌓아나가는 기초부의 판축 축조 방식을 사용했다. 석탑이 제작된 것으로 짐작되는 9세기 혹은 10세기 초에는 앞 시대보다 석탑 크기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흐름과 달리 규모가 큰 편이다. 기단부 적심(초석 아래 돌로 쌓은 기초 부분) 내에서는 지진구(地鎭具ㆍ국가의 중요한 건물을 지을 때 땅 속의 신에게 빌기 위해 매납하는 물건이나 제기)가 출토된 점도 특이해 한국석탑 연구에서 가치가 크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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