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커제 9단
백 박영훈 9단
<장면 14> 20세기 최강자 이창호는 언제 어디서나 말을 아꼈다. 인터뷰를 하거나 마이크를 잡을 때는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었다. 2000년대 들어 세계대회에서 가장 우승을 많이 한 이세돌은 언론과 만남을 꺼려하지 않고 할 말 다 한다. 2016년 3월 알파고와 겨룰 때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끌어당길 정도로 감칠맛 나는 말솜씨를 보여줬다. “오늘의 패배는 이세돌이 패배한 거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
요즘 세계 1위 커제는 자기 생각을 적극 드러낸다. 기자가 다가와 물어볼 때나 말하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다. 한국에 와서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고 인터뷰를 한 적도 있다. 인터넷에 글 쓰는 것을 즐긴다. 연말 연초 돌아온 알파고한테 3패를 당한 뒤 ‘생애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박영훈은 말하기에서는 이창호와 이세돌 사이에 있는 것 같다. 수줍음이 많은 편이지만 인터뷰를 피하지는 않는다.
돌이 엉겨 붙었다. 패싸움도 섞여 있으니 간단한 싸움이 아니다. 흑이 백 대마를 가뒀다. 앞서 잘못 둔 탓에 위기를 맞은 백은 패를 만들며 수습에 나섰다.
박영훈이 백3에 끊었다. 좋은 수. <참고도> 흑2로 따면 백3, 5로 쿡 쿡 찌른다. 흑은 두 곳에 생긴 약점을 한번에 덮지 못한다. 실전에서 흑4로 모는 수밖에 없고 백5로 뻗자 패가 더욱 무거워졌다. “이제 백이 패를 이긴다는 것은 단순히 사는 것을 넘어 귀 쪽 흑을 다 잡는다는 얘기다. 흑에겐 이렇게 큰 팻감이 없다.” (6…▲,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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