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랜드마크' 빌딩 매각과정서 50만달러 건네려 한 혐의
BBC “거래 성사 위해 가족의 유명함 이용”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반 사무총장의 친인척이 관련된 일이라 파장이 일 전망이다.
이날 공개된 39페이지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 복합빌딩인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중동의 한 관리에게 50만달러(약 6억원)의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관리인의 ‘대리인’을 자처한 말콤 해리스가 돈을 챙겼지만, 관리에게 전달하지 않고 본인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기업은 2013년 경영위기에 처하자 베트남에 1조원을 들여 완공한 초고층빌딩 '랜드마크 72'의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회사 고문이던 반기상 씨를 통해 그의 아들 주현 씨가 이사로 있던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 '콜리어스'와 매각 대리 계약을 맺고 매입자를 물색했다. 빌딩 매각 희망가는 8억 달러(9,600억원)로, 콜리어스에는 수수료 500만달러(60억원)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상 씨와 주현 씨는 이 과정에서 중동 한 국가의 국부펀드가 이 빌딩의 매입에 관여하도록 중동 관리에게 뇌물을 건넸다. 이 관리의 대리인을 자처한 이가 바로 말콤 해리스다. 하지만 해리스는 중동 관리와 전혀 관계 없는 인물로 드러났고, 건네진 50만 달러도 본인이 사용한 것으로 소장에 나타났다. 반면 반주현씨는 국부펀드의 빌딩 인수가 임박한 것처럼 경남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이 중동국가는 카타르로 알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두 사람이 중동 관리를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가족의 유명함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랜드마크 매각에 실패한 경남기업은 결국 2015년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성완종 전 회장은 회사 재무 상태를 속여 자원개발 지원금을 타낸 혐의로 구속 위기에 놓이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성 전 회장이 반주현씨로부터 받은 카타르투자청 명의의 인수의향서가 위조로 들통나면서 경남기업은 반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법원은 지난해 10월 반주현씨가 경남기업에 계약서류 조작에 따른 불법행위를 한 책임을 지고 59만달러(약 6억5,0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자살한 성 전 회장의 주머니 속에서는 정부 주요 인사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뇌물 장부인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돼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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