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수시 공무원 음주운전은 승진 필수조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수시 공무원 음주운전은 승진 필수조건?

입력
2017.01.11 04:40
0 0

뺑소니 과장 특혜성 국장 영전

음주 징계 직원 시장 비서 발탁

측근 읍ㆍ면ㆍ동 배치… 선거용 지적

“정치 공무원만 출세” 부글부글

市 “업무 능력ㆍ기여도 고려” 해명

전남 여수시청사 전경.
전남 여수시청사 전경.

주철현 전남 여수시장이 직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인사 때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직원을 고위직에 승진시키거나 요직에 앉히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공무원노동조합의 내부 자유게시판을 통해 “여수시에서 승진ㆍ영전하려면 차라리 음주운전 하라”고 비꼬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0일 여수시에 따르면 최근 단행한 정기인사에서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6급 행정직 A(51)씨를 시장 비서로 발탁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9월 음주운전에 적발돼 징계 처분을 받았다. 시장 비서는 5급 사무관 승진 0순위로 꼽힌다. 이번 인사에서 A씨의 전임자는 5급으로 승진돼 동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7월에는 음주뺑소니 중범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사무관 B(58)씨를 요직으로 기용한 데 이어 국장 승진까지 시켰다. 해당 국장은 2014년 11월 혈중알코올농도 0.14%의 만취상태에서 운전하다 주유소 시설물과 가로수를 잇달아 들이받고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까지 들이받고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주 시장과 고교동창인 B국장은 징계를 받았지만 주 시장의 핵심공약인 명문 사립외고 설립을 주도한 주무과장에 이어 총무과장으로 영전된 뒤 6개월 만에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대다수 직원은 특별교육과 함께 외곽부서로 좌천되는 불이익을 받았지만 파격적인 요직 기용과 승진 특혜를 받은 것이다.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까지 간부 승진자에 포함돼 부실한 인사검증시스템도 지적을 받고 있다. 시 관용차를 개인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고 외상값 수백만원을 타 부서에 떠넘긴 의혹을 받은 6급 팀장이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감사담당관실은 뒤늦게 조사에 착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간부를 징계했다.

뚜렷한 업무실적이나 내세울 공적이 없고 경력이 비교적 짧은 6급 직원의 사무관 승진도 뒷말이 무성하다. 사무관 승진 대상자 중에는 6급 경력이 10년에서 길게는 15년차 이상 된 직원들도 수두룩하지만 해당 간부는 선배들을 제치고 7년여 만에 승진했다. 이 간부는 주 시장과 같은 고교출신 선후배 사이로 알려졌다.

잦은 보직 변경도 지탄을 받고 있다. 시전동은 최근 1년간 동장이 3명이나 바뀌었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문화예술과와 지역경제과는 지난해 7ㆍ8월과 올해 1월 인사에서 과장이 두 번 교체됐다. 여서동장과 중부민원출장소장도 5개월 만에 2명이 교체됐다. 특히 규모가 큰 읍ㆍ면ㆍ동장 자리에는 측근들을 전면 배치한 것으로 전해져 ‘지방선거 대비용 인사’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청 내부 게시판에는 직원들의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다. “오죽하면 승진이나 영전하려면 차라리 음주운전 하라. 4급 승진도 모자라 5ㆍ6급까지 이것이 우리시의 현주소다. 모두 음주 운전해 승진하고 영전하자”라고 비꼬았다. 또 “열심히 일했던 직원들이 승진에서 배제됐다”, “정치판 같다, 이게 소통인가, 실망이 크다”, “하위직도 생각하고 형평성 있게 해 달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여수시 한 공무원은 “이번 인사는 선거를 의식한 인사로 정치 공무원만 출세를 보장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최종선 부시장은 “시장 비서는 음주운전이 경미하고 능력이 탁월했으며, 짧은 경력의 사무관 승진자는 주민 친화력과 업무추진능력 등을 고려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잦은 인사이동은 불가피하게 전보제한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있었으며, 선거용 지적은 단체장 입장에서 큰 읍ㆍ면ㆍ동사무소에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을 보내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냐”고 해명했다.

하태민 기자 hanm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