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에 적용 혐의 무게 중심 이동
부정한 청탁 상관없이 처벌 가능
삼성은 뇌물공여죄에 더해
崔에 준 돈 횡령죄 적용 타진
장시호, 崔 제2태블릿 특검 제출
靑 주도 삼성 지원 증거 담겨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삼성그룹 간 금품 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가 아닌 직접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가 오래 전부터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가족’과 비슷한 관계였다는 정황이 많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삼성 측에도 뇌물공여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횡령죄 적용 여부도 따져보고 있다.
특검팀은 당초 최씨 측과 삼성 간의 ‘검은 거래’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 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꼭 필요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주는 대가로, 삼성 측에서 최씨 측에 각종 지원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넸다는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났지만, 삼성 측의 돈이 박 대통령에게 직접 간 흔적은 발견하지 않았다. 공무원인 박 대통령이 아닌 민간인 최씨가 뇌물의 실질적인 수혜를 봤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죄 적용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제3자 뇌물죄’가 아닌 ‘뇌물수뢰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외형적으로는 최씨에게 돈이 갔지만, 박 대통령을 대신해 돈을 받았을 뿐 실질적인 금품수수 당사자를 박 대통령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판례상으로도 최씨와 같은 민간인이 금품을 받았을 때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관계거나 ▦뇌물을 받은 사람과 공무원이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뇌물죄 처벌이 가능하다. 특검팀이 최씨 일가의 재산형성과정을 수사 대상에 포함한 것도, 박 대통령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해왔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직접 이 부회장을 만나 최씨 일가 지원을 종용했고,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도 직접 지시했다는 정황들은 뇌물죄를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3자 뇌물죄와 달리 뇌물죄는 금품을 준 사람의 ‘부정한 청탁 여부’와 관계없이 직무와 관련된 금품수수라는 점만 입증되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도 감안이 됐다.
박 대통령의 혐의를 뇌물로 결론 낸다면 금품을 준 삼성 측은 당연히 뇌물공여자로서 처벌을 받게 된다. 실제 특검팀은 삼성그룹의 2인자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최측근인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특검팀은 삼성 측에 뇌물공여죄에 더해 횡령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따져보고 있다. 최씨 측에 지원된 돈이 삼성 내부의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이 임의로 최씨 측의 지원을 결정했다면 최씨 측에 건네진 돈 전체가 ‘횡령한 회삿돈’이 돼, 횡령죄 처벌이 가능하다.
특검팀은 최씨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로부터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또 다른 최씨 소유의 태블릿PC를 제출 받아 분석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이 PC는 최씨가 2015년 7월~11월쯤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며, 지난 5일 특검팀에 제출됐다. PC 안에는 최씨 소유의 독일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 설립과 삼성으로부터의 지원금 수수와 관련된 다수의 최씨 이메일, 2015년 10월 1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의 말씀자료 중간 수정본 등이 들어 있다. 삼성은 2015년 8월 최씨의 딸 정유라(21)씨를 지원하기 위해 최씨 소유의 코레스포츠와 220억원 규모의 계약(실제 집행액수는 80억여원)을 맺었다.
특검팀은 이번에 확보한 PC내 자료들이 삼성의 지원이 최씨 및 청와대 주도로 이뤄졌고, 삼성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구체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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