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축구 축제’ 월드컵 참가 팀 수가 대폭 늘어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0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평의회를 열고 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32개에서 48개로 확대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4개에서 32개로 늘었던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지아니 인판티노(47) FIFA 회장은 유럽 구단들의 반대에도 자신의 공약을 끝내 관철시켰다.
일단 본선 경기 방식부터 크게 바뀐다.
3개국씩 16개조로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ㆍ2위가 32강 토너먼트를 벌이는 방식이 채택됐다. 이 경우 전체 경기 수는 현재 64경기에서 80경기로 늘어난다. 하지만 한 팀이 최대 7경기(결승 진출의 경우) 치르는 것은 똑같다. 더 많은 경기장을 확보하면 대회 기간도 32일을 넘지 않는다. 대회 기간이 길어지면 선수들이 부상에 더 노출될 수 있다는 반대 논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륙별 본선 출전 쿼터도 늘어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보면 유럽 13장, 아프리카 5장, 남미 4.5장, 아시아 4.5장, 북중미 3.5장, 오세아니아 0.5장, 개최국 1장이다. 유럽 쪽 쿼터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속한 아시아도 4.5장에서 7장 안팎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이 앞으로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과하기는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본선에서 유럽, 남미 국가와 한 조에 속하면 32강 진출은 장담하기 힘들다.
FIFA가 본선 출전국 수를 늘린 표면적인 이유는 축구 변방 팀들에 참가 기회를 더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결국 ‘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출전국이 늘면 후원 기업들의 광고 유치도 증가하고 자연스레 마케팅 수입도 많아진다. FIFA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월드컵(32개국 체제)의 예상 수입이 55억 달러(약 6조6,000억 원)지만 48개로 늘어나면 최대 65억 달러(약 7조8,000억 원)까지 수입이 늘어난다. 중국을 위한 꼼수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축구의 큰 손으로 떠올랐지만 유독 월드컵과 인연이 없는 중국이 혜택이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중국의 유일한 월드컵 본선 출전은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이었다.
이번 조치로 월드컵 본선 경기의 질적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작년 여름 유로 2016의 경우 참가 팀이 16개에서 24개로 늘어난 뒤 첫 대회였는데 지나치게 수비지향적인 경기가 많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력 차가 뚜렷한 약 팀이 강 팀을 만나 펼 수 있는 전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 동안 유로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아이슬란드 같은 팀이 8강 진출의 돌풍을 일으켜 대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반론도 있다.
2018년(러시아)과 2022년(카타르) 월드컵 개최지가 각각 유럽과 아시아라 출전국이 늘어나는 2026년 대회는 북중미가 유력하다. 북중미는 1994년 미국 대회 이후 월드컵이 열리지 않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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