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제3지대 통합 가능성
바른정당도 “바른 방향” 연대 시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뉴 DJP(김대중ㆍ김종필) 연합론’이 다시 점화하는 등 정치권이 꿈틀대고 있다. 충청 출신의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호남 세력이 주축인 국민의당을 아우르는 제3지대 대통합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도권ㆍ영남의 개혁보수 성향 의원이 다수 포진한 바른정당까지 연합 전선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할 경우 뉴 DJP 연합론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전부터 국민 대통합ㆍ사회적 대타협에 방점을 찍고 있어 제3지대 통합ㆍ연대의 구심점으로서 강점이 크다. 그는 확실한 차기 대선 주자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정치적 색깔은 옅어 정치적 호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은 지지율만 놓고 보면 연대나 통합 없이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 셈이다.
더 적극적인 쪽은 국민의당이다. 뉴 DJP연합론 공론화의 발원지가 박지원 국민의당 전 원내대표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국민의당 부산시당을 찾은 자리에서 “반 총장 측에서 뉴 DJP 연합을 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 총장 측에서 사람을 보냈는데, 박지원이 밀어준다고 하면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으로 안 가고 국민의당으로 오겠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당의 유력 차기 대선 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가 “자강론이 우선”이라며 호남 중진들이 주도하는 ‘연대론’을 견제하고 나선 것은 위기감의 반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른정당도 뉴 DJP 연합론에 가세하고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이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함께 하는 협치와 연정의 가장 중심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른정당 후보가 된다면 가장 좋지만 저희 후보가 안 된다면 그렇게라도 하는 게 나라에 훨씬 도움이 되고 바른 방향이라고 보는 것”이라며 대선 후보 단일화 경선 가능성도 시사했다.
개헌이라는 분명한 공통의 목표가 있다는 점은 뉴 DJP 연합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가장 먼저 만날 것으로 알려진 것은 의미심장하다. 두 사람은 대표적 개헌론자인 데다 제3지대 대통합론의 핵심 고리로 꼽히는 인물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대표적 개헌론자인 박지원ㆍ김무성 의원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반기문-국민의당-바른정당’으로 이어지는 삼각연대 가능성에 주목하게 하는 요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뉴 DJP 연대론자들의 공통점은 9회말 역전을 노린다는 점”이라며 “반 전 총장으로서는 정치공학적 야합이라는 비판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