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별 희귀 책 구비한 부스
하루 평균 1200여명 방문
인문ㆍ예술 등 다양한 행사도
1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경의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 지하철역을 등지고 조금 걷다 보니 여러 개의 박스들이 좌우로 늘어선 산책로가 나왔다. 곡선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니 책을 주제로 한 조형물과 옛 역사를 형상화한 미니플랫폼, 일루미네이션(빛 조명 장식) 등이 눈에 들어왔다. 신촌 방향 와우교까지 연장 250m 구간에 조성된 국내 유일의 책 테마거리 ‘경의선 책거리’다. 폐철길을 활용한 길답게 길다란 기차 모형으로 들어선 가건물은 도서를 진열하고 판매 공간과 운영사무국, 전시와 강연을 위한 공간 등 총 10개. 영하권에 머문 추운 날씨 탓에 산책길은 한산했지만 일찌감치 부스 실내에 자리잡고 앉아 독서에 빠진 시민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마포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개장한 후 두 달 동안 책거리에 설치된 도서부스에만 총 11만7,736명이 다녀갔다. 하루 평균 1,195명이 다녀간 셈이다. 주말에는 그 두 배인 하루 2,722명이 찾아왔다. 개장 초반인 데다 야외활동이 쉽지 않은 계절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조용한 흥행이 가능했던 건 차별화 때문이다. 도서부스에서는 일반 서점에서 흔히 보기 힘든 다양한 책을 접하고 살 수 있다. 각 부스는 다른 테마로 내걸고 운영하는 일종의 작은 서점으로, 작은 좌석이 마련돼 독서를 즐길 수도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서점은 ‘여행 산책’. 마포구에 가장 많은 업종이 여행사라는 점을 착안해 책거리 초입에 배치된 여행 산책 부스에는 이날도 여행서적과 가이드북, 에세이를 찾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여성출판사 대표 7인이 모여 만든 ‘테마 산책’도 반응이 좋다. 테마산책 책방지기인 이희진(26)씨는 “자주 만나지 못했던 작가들의 책과 독특한 디자인의 책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한 덕분에 고르는 즐거움이 있다”면서 “홍대 일대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거리가 먼 조용한 분위기에 이끌려 가볍게 구경하자는 마음으로 방문했다가 단골 손님이 된 주민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출판사에서 마련한 저자 강연프로그램 등 독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수시로 열린다는 것도 매력이다. 일산에 사는 이미정(40)씨는 “평소에 즐겨 독서를 하는데 책거리에서 독서모임을 한다고 해서 일부러 찾았다”며 “쾌적하고 조용한 문화 공간에서 경제적인 부담 없이 마음껏 책을 접할 수 있고, 아이들을 위한 책과 각종 체험행사가 잘 갖춰져 있어 앞으로도 자주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향후 3년간 ‘경의선 책거리’를 운영하는 김정연(40) 총감독은 “단순히 책을 소개하고 파는 서점거리가 아니라 책을 테마로 여러 즐길 거리를 운영하는 공간으로 키울 생각”이라며 “요즘 출판업이 위기라고 하는데 책과 문화, 휴식의 시너지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의선 책거리는 매주 월요일에 휴관이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인문 산책데이(화요일), 예술ㆍ디자인 산책데이(수요일) 등 요일 별로 다른 테마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자세한 프로그램 일정은 경의선 책거리 카페(cafe.naver.com/gbookstre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ㆍ사진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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