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서 검찰 진술서 공개
“심복까지 심으라고 해”
찍어내기 인사 적극 가담 드러나

차은택(48ㆍ구속 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자신의 측근인 송성각(59ㆍ구속기소)씨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직에 앉혀 ‘좌편향 세력 색출’을 주문했다는 진술조서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61)씨를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차 전 단장이 ‘문화계 블랙리스트’파문으로 드러난 현 정권의 핵심 기조인 ‘정부 비판적 인사 찍어내기’에 적극 가담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10일 차 전 단장 등의 첫 공판에서 송 전 원장의 내정 배경 설명을 위해 그의 검찰 진술조서를 제시했다. “취임하기 전부터 차 전 단장으로부터 영화진흥원처럼 콘텐츠진흥원에도 좌편향 세력이 많이 있을 테니 이를 색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송 전 원장은 이어 “취임 뒤에도 그런 지시를 받았으며, 이를 위해 믿을 만한 ‘심복’을 조직 내에 심어둬야 한다는 말도 차 전 단장으로부터 들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송 전 원장은 2015년 2월 조직개편을 단행, 부원장직 자리를 하나 더 늘린 뒤 자신의 지인을 앉혔다.
송 전 원장은 앞선 2014년 10월 “문체부 차관 자리가 비어 있는데 지원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차씨의 연락을 받았으며, 이후 차씨가 “차관은 경쟁자의 학력이 너무 뛰어나 어렵게 됐지만 진흥원장 자리가 공석이니 지원하라”고 말했다는 진술도 법정에서 확인됐다. 송씨는 2014년 12월 콘텐츠진흥원장 공모 절차 이전에 이미 청와대에서 신임 원장으로 내정됐다. 송 전 원장은 개인 비리로 제일기획에서 쫓겨나다시피 상무직에서 물러났다고 광고계 등에 알려질 정도로 평판이 좋지 않았던 데다 공모 마감 하루 전 대충 적어낸 부실 이력서를 내고도 차씨의 입김으로 신임 원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송 전 원장은 과거 제일기획에 재직할 때 차씨에게 광고 일감을 맡기며 물량을 주는 등 사이가 각별했다. 이런 인연이 배경이 돼 예산 3,000억원을 주무르는 진흥원장을 맡게 됐고, 그 뒤 차씨의 ‘해결사’ 노릇을 하며 포스코 광고 계열사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등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 차씨를 최순실씨에게 처음 소개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차씨는 정부부처 인사를 자기 맘대로 결정하는 듯 행세했다”고 밝힌 진술 조서도 이날 공개됐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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