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KBO리그에서 영구 제명된 전 LG 투수 박현준(31)이 5년 만에 속죄의 강단에 선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3일 대전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올해 신인선수(육성선수 포함) 약 160명을 대상으로 2017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다.
이 자리에 클린베이스볼 강화를 위한 부정방지 교육 강사로 나설 예정인 박현준은 큰 마음을 먹고 야구인 앞에 얼굴을 내밀기로 했다. 우완 사이드암 박현준은 2010년 SK에서 LG로 트레이드된 뒤 이듬해 13승10패 평균자책점 4.18(163⅔이닝 76자책)을 기록하며 일약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러나 2012년 2월 팀 동료 김성현과 함께 경기조작 사건에 휘말렸고, 결국 3월초 LG에서 방출됐다. 이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 받고 KBO에서도 영구제명을 당했다. 당시 승부조작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던 야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스포츠계 비슷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박현준의 이름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박현준도 이후 칩거하며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지난해 9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간의 참담한 심경을 전했는데 “너무 어렸고 세상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면서 “제명 후 매일 매일 죽고 싶은 생각에 술을 마셨고 야구 외에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어려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욕하면 욕을 먹고 반성하겠고, 용서해달라 하지 않겠다”며 “이제는 야구장에 가서 야구도 보고 싶고 밖에 다닐 때도 자신감 있게 돌아다니면서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평범한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프로야구에 승부조작 사건이 다시 터진 뒤 출연한 방송에서는 “이번에 후배들이 승부조작 했을 때 내가 이렇게 된 지 모르지 않을 텐데 또 했다니, 내 입장에서 이런 말 하면 되게 웃기겠지만 답답하더라”고 말했다. 박현준은 “그냥 어린 나이에 돈도 많이 벌고 하니까 두려운 게 없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아무것도 몰랐다”면서 “별거 아닌 줄 알고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엄청난 짓이었고 절대 해선 안 될 짓이었다”고 후회했다. 이번 강연에 나설 결심을 한 계기도 이런 심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현준은 현재 휴대폰 대리점 점장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실력과 인성 등 모든 면에서 후배들의 모범이 되는 이승엽(41ㆍ삼성)도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다. 이종열(43) KBO 육성위원은 ‘프로 선수가 가져야 할 매너’를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 이번 신인 오리엔테이션은 부정방지의 중요성과 선수, 팬, 미디어와의 소통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신인선수들이 KBO 리그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교육 위주로 구성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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