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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험하다, 여긴 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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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험하다, 여긴 대구다!”

입력
2017.01.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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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달에 이어 두 번째 글쓰기가 된다. 마침 이글을 쓰는 오늘, 일주일에 한번 나가는 대학강의가 종강을 했다. 평생을 자영업을 해서 월급을 줘 보기나 했지 받아 본적이 없었는데 이곳 대학에서 월급 받는 즐거움을 알았다. 월급쟁이가 되어보니 정말 월급날은 늦게 오는 것 같은데 한 달에 한번 글쓰기는 빨리 오는 것 같다. 언제나 권리는 느리고 의무는 빠르다.

요즘 문화, 공연계의 최고의 무대는 뭐니 뭐니 해도 광화문 촛불 집회 무대일 것이다. 속된 말로 실력 있고 ‘개념 있는’ 아티스트들이 그 무대에서 시대정신을 대표하며 무대를 채웠다. 들리는 말로는 자신이 실력 있고 개념 있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들은 모두 그 무대에 서고 싶어 한다고 한다. 100만 관객 앞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 세계 최고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도 26만 명이 전부인데,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소름 끼치는 영광일 것이다. 하지만 DJ. DOC 사건만 보더라도 그 무대에 서기 위한 검증은 웬만한 고위 공직자 청문회보다 더 한 것 같다.

이쯤에서 우리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대구에도 현재 6번째 시국집회가 있었다. 그 무대에 우리도 섰다. 나름 실력 있고 ‘개념 있는’ 아티스트 인증이라고 할까. 공연을 시내 한일로 차선을 막고 거기에 무대를 설치해서 공연했는데 공연중간에 차를 타고 지나가시는 몇몇 분들이 무대 연주자에게 힘차고 가열 차게 쌍욕을 했다. 물론 무대의 위치가 지나가는 분들이 외치는 욕을 듣기에 좋은 곳이긴 하다. 하지만 혹시나 이곳이 대구이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전부터 세월호 이후 우리도 세월호를 추모하는 곡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SNS에 그와 관계된 글들을 올렸다. 그러자 가까웠던 분들이 조용히 충고를 해주셨다. “그러지 말라. 위험하다. 여긴 대구다.” 촛불집회에 서고 SNS에 인증을 했다. 그 포스팅 이후 친구가 눈에 띄게 줄었다. 사실 누가 친구를 끊었는지 알 수 없는데 또 괜한 피해의식이 든다. 혹시 대구라서 그런 게 아닌가 해서.

분명 실제 있었던 일이고 경험한 일이지만 그 해석은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뭔가를 경험함으로 달라진다.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나 할까? 이 글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는 남들이 볼만한 곳에 대 놓고 “대구라서” 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쓰지 못했다. 막연히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그랬다.

하지만 이젠 내가 느꼈던 그 느낌을 “피해의식”이라고 스스로 해석 할 수 있다. 자존감이 높아지고 건강해져서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대구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직접 봤기 때문이다. 욕하고 지나가는 차 옆에 겨울의 차가운 아스팔트에 앉아 촛불을 들고 우리의 공연을 보고 박수치고 눈물 흘리는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고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공연을 했었을 때 조심하라고 충고 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잘하고 있다고 힘내라고 했으며 SNS에서 친구를 끊었던 것보다 더 많은 친구 요청이 있었다.

‘대구라서’라는 건 없을 수 있다. 그냥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도 이 시국을 거치며 새로운 경험을 더하며 변하고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이 시국에 대구에서 연주자로 산다는 것은 다른 지역보다 할 일이 더 많다는 것 일수 있다. 당장에 돌아오는 토요일 7번째 시국집회에 연주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분명히 서울보다는 기회가 많다, 하하!

송힘 월드뮤직앙상블 ‘비아트리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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