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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라면 하지 않을 실수

입력
2017.01.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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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커제 9단

백 박영훈 9단

기보.
기보.
참고도.
참고도.

<장면 13> 2017년 1월 한국 랭킹에서 박영훈은 4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12월보다 랭킹점수는 30점 오르고 순위는 두 단계 올랐다. 춘란배를 발판 삼아 뛰었다.

사실 춘란배 날짜가 다가올 때 박영훈 성적은 내리막이었다. 10월부터 11월까지 1승 없이 3패를 안았다. 12월 들어 GS칼텍스배 예선에 나가자마자 또 졌다. 이 1패는 4연패를 다 더한 것보다 더 아팠다. 소문이 크게 나지 않았지만 값진 개인 기록 하나가 멈췄다.

박영훈은 프로 세계에 첫 발을 디딘 2000년 GS칼텍스배 본선에 올랐다. 이때부터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GS칼텍스배 본선에서 뛰며 네 번 준우승에 두 번 우승했다. “어깨동무와 뜻하지 않게 헤어진 느낌이었다. 많이 아쉬웠다.”

바닥에 떨어졌지만 박영훈은 지나간 어쩔 수 없는 일에 마음을 오래 쓰지 않는 사람. 낙천가답게 눈앞의 목표, 춘란배에 온전히 마음을 모았다.

갑자기 판이 어지러워졌다. 흑5, 7로 오른쪽 백 대마가 갇혔다. 귀에서는 패가 났다. 무슨 일인가. 박영훈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흑1이 억지 수였는데 그만 백6을 잘못 뒀다. <참고도> 백2에 두었다면 흑은 더 둘 수 없어 돌을 거두었을 것이다. 백4로 이어가고 아래쪽엔 아무 수가 없다.”

다행히 귀에서 일어난 패싸움은 백이 할만하다. 백10부터 쓰는 자체 팻감이 든든하다. 백6이란 느슨한 수가 나온 것도 ‘패는 내편이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알파고라면 이런 결정타를 놓치는 실수를 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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