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별도의 정당 만들지 않고
세력 규합해 ‘대통합’ 출마 의지
국민의당·바른정당 영입에 사활
비문계도 개헌 고리 연대 의지
안철수·유승민 등 경계심 여전
개헌 입장도 제각각 예측 불허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의 12일 귀국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3지대’가 집중 부각되고 있다. 반 총장 측이 별도의 정당을 만들지 않고 세력을 규합하는 방식의 출마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제 정당이 반 총장 측에 러브콜을 보내면서다. 하지만 반 총장의 의중이 확연히 드러난 게 없어 제3지대가 어떤 식이 될지 안개속인 가운데 반 총장과 제 정당들의 선택은 향후 대선 구도를 양자 또는 3자 등으로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기존 정당으로는 국민의 당이 반 총장을 포함한 3지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승용 국민의 당 원내대표는 9일 비상대책위원과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친문과 친박이 아니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식의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인정한다면 문호가 개방된 국민의당으로 들어와 강한 경선을 해보자"고 거들었다.
비박ㆍ비문계 정당 및 계파의 러브콜도 집요하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당 정책의총에서 외교부의 반 전 총장 공식 의전을 비난한 민주당에게 "과하다"고 경고하며 반 전 총장에게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비문계는 특히 개헌을 고리로 반 전 총장과의 연대 내지는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식 의원내각제'로의 개헌을 추진 중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반 전 총장과 당연히 만날 생각이 있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 했으며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도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에 반 전 총장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반 전 총장이 러브콜을 보내는 모든 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친박ㆍ친문을 배제한 광범위한 3지대 세력이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사정이 그리 녹록치는 않다. 당장 개헌세력은 4년 중임의 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4년 중임 대통령제 등 개헌의 각론과 범위에서 입장을 각기 달리하고 있어 단일 세력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 전 총장도 아직까지는 개헌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반 전 총장 측에 러브콜을 보내는 각 당의 내부 사정도 온도 차가 적지 않다. 국민의 당의 경우 박지원 전 비대위원장은 적극적이지만 반 전 총장의 잠재 경쟁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미온적이다. 안 전 대표는 반 전 총장 영입보다 '자강론'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바른정당 또한 새누리당 추가 탈당파 영입과 유력 주자 배출을 위한 관문으로 반 전 총장을 원하지만 마찬가지로 잠재적 경쟁자인 유승민 의원은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반 전 총장 측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반 전 총장 측은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진영을 넘나드는 통합행보의 위험성도 우려하고 있다. 반 전 총장과 본선 대결을 예상하고 있는 문재인 캠프에서 3지대에 강력한 저지선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의 선택에 따라 형성될 3지대의 규모와 범위에 따라 향후 대선 구도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조건과 문턱이 너무 많아 낙관할 수 없지만 3지대 형성 여부에 따라 반기문 대 문재인, 또는 반기문 대 문재인 대 안철수의 구도가 갈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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