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특위 청문회서 말 바꾸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9일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했다. 지금까지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본적도 없다”고 부인하던 입장을 바꾼 것이다.
조 장관은 이날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예술인들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일보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내부에서 이 리스트가 작동하는지, 실제로 지원에서 배제됐는지 여부를 확인해봤다”면서 “그랬더니 그 중 700여 명이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앞서 열렸던 국회 국조특위 기관보고에서는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관련해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부인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한국일보가 지난해 10월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배제된 4,000여명의 문화·예술인과 관련한 블랙리스트를 보도한 이후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피해 증언이 잇따라 블랙리스트에 거론된 문화·예술인은 1만여명까지 늘어났다. 다만 블랙리스트가 적힌 문서를 봤느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그런 문서를 전혀 본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작성 경위나 전달 경위는 모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답변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로 김수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나서서 생명보험사들을 독촉해 미르재단에 출연을 종용했다는 검찰 내사 보고서가 있다”며 특검 조사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삼성화재가 미르재단에 출연금 119억원을 냈으며, 여기에 압력을 행사한 게 김 부원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날 참고인으로 나온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최씨가 대통령과 통화하는 것을 목격한 적 있느냐’고 묻자 “독일에 있을 때 한차례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최씨가 더블루K 사무실에서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대 학장과 통화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고도 했다. 김 전 학장은 지난 4차 청문회에서 “최순실을 모른다”고 증언했다.
이와 함께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은 최씨가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추씨, 메리크리스마스, 성탄절 보내시고 새해에는 꼭 시집가세요”라는 내용이 적힌 카드를 보냈다고 폭로했다. 윤 행정관은 지난주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최씨를 의상실에서 처음 봤고, 개인적으로 모른다고 증언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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