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관련이 없는 반글로벌리즘과 포퓰리즘의 결합 큰 일”
“트럼프, 중국과 흥정 나설 것! 무역전쟁 가능성도”
“TPP좌절 아베노믹스 축 무너져”
“외환위기 겪은 한국경제 예전보다 강해져”
일본을 대표하는 석학인 시노하라 나오유키(篠原尙之) 전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지난달 19일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뚜렷해지는 반세계화ㆍ보호무역 흐름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도쿄대 정책비전연구센터 교수인 그는 “보통 글로벌리즘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원래 포퓰리즘이란게 그럴듯하게 들린다”며 “지금 생활의 불만을 세계화와 연결지어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경제의 소득격차 문제가 커지면서 직접관계가 없는 반글로벌리즘과 포퓰리즘이 연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노하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TPP) 탈퇴선언에 대해 “아베노믹스의 중요축이 무너지게 됐다”며 “그러나 TPP가 아니더라도 아베노믹스는 기득권과의 싸움이어서 쉽게 성과를 내긴 어렵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또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경제가 예전보다 강해졌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시노하라 교수는 1975년 도쿄대 경제학부를 나온 대장성(현 재무성) 차관 출신으로 아시아개발은행(ADB)와 IMF에서 근무한 세계적인 국제금융 전문가다. 그로부터 반세계화 흐름과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_영국의 브렉시트 등 반세계화 추세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나.
“그쪽으로 가는게 명확하다. 세계경제 전체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중간층이 타격을 입고 일부 고소득층과 저소득으로 나뉘는 현상도 뚜렷하다. 글로벌화로 자본흐름이 활발해지면서 소득격차를 가중시킨 경향이 원인이다.”
_트럼프 시대의 등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미국도 소득격차가 커져왔고 트럼프의 포퓰리스트적 발언들이 먹혔다. 자국 내부로만 눈이 가고 있다. 이 현상이 일국에 한하지 않고 글로벌적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미국이 국내산업과 고용을 지키고 무역에서 피해를 입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그러나 반글로벌리즘은 위험한 발상이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자신의 이익이 될지 불투명하다. 코스트가 많이 들어가 해외에 제조기지를 만든 미국기업이 있다고 치자. 트럼프가 이를 막으면 미국기업의 가격경쟁력부터 떨어뜨린다.”
_세계화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의 부정적 측면이 많다는 비판이 있다.
“이익을 최대한 늘리려면 글로벌화가 필연적이다. 무료나 싼 가격으로 통신혁명이 가능해졌고 법인을 만들 때도 세금이 싼데서 만들 수 있고 같은 걸 만들어도 소비자에 더 가까운 곳에서 만드는 게 경제적으로 당연한 움직임이다. 다만 저소득층 단순노동자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 예를 들어 한국의 조선업이 심각해졌다. 이런 것들은 앞으로 소득이 더 적은 나라에서 만들게 될 것이다.”
_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통상마찰이 벌어질 수 있나.
“가능성이 있다. 환율문제도 있고 차이나머니로 미국 기업들을 계속 매수하는 것에 저항도 있다. 트럼프가 이러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묶어 중국과 어떤 협상이나 흥정을 시도할 것이다. 당장 마찰과 작은 싸움들이 터져나올 것이다. 중국을 경유해 수출하는 여러 나라 기업들이 있고 한국도 대표적이다. 대미무역 흑자가 큰 경우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빨려들어가고 한국도 트럼프가 언제 건드릴지 모른다.”
_일본은 트럼프의 반세계화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받게 되나.
“아직까지는 TPP자체가 시작된게 아니어서 오히려 일본에서 우려했던 농산물 개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베노믹스의 ‘제3의 화살’인 경제활성화는 TPP를 통해 국내경제 효율화를 이루고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렵게 됐다.”
_한국경제는 반세계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보통 금리가 오르면 달러 유동성이 힘들어지는 데 항상 한국이 비명을 질러왔다. 그런데 지금은 견디고 있다. 외환위기 경험으로 강해진 것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이나 사회보장 같은 것들이 일본보다 정비가 필요하다. 일본도 고령화로 사회보장비용이 위험한데 한국은 상당히 취약해질 수 있다. 다만 일본보다 재정상태가 아직 여유가 있어 경기가 나빠져도 정부대응 여지가 남아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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