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반기문에 연일 러브콜
文 향해선 “문자테러단 해산하라”
민주당 지도부는 潘에 화력 집중
“위안부협상 긍정 평가 이해 불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 다가오면서 야권 내 피아(彼我) 구분이 명확해지고 있다. 제3지대 구심점을 노리는 국민의당은 지지율 1위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연일 맹공을 펼치면서도 반 전 총장에 대해선 직접적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당의 거센 공격을 적절히 방어하면서 화력을 반 전 총장 검증에 집중하고 있다.
포문은 국민의당이 먼저 열었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의 ‘개헌보고서 파동’을 언급하며 “공당의 정책연구소가 문재인 전 대표의 개인 연구소로 전락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연구원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친박(친박근혜)과 친문(친문재인)은 모두 사라져야 할 구악 중의 구악”이라고 거칠게 몰아부친 뒤 “문 전 대표는 의견이 다르다고 벌떼처럼 공격하는 ‘문자테러단’ 해산을 명령해달라”고 연신 날을 세웠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왜 격렬한 항의를 받는가부터 되짚어 보라”(정진우 부대변인)며 응전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공격은 반 전 총장 검증에 집중됐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외교부가 반 전 총장의 귀국환영 행사를 지원하고 나선 것은 박근혜 정권의 ‘반기문 띄우기’”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반 전 총장이 위안부 협정 체결 당시 ‘올바른 용단을 내려준 데 대해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한국이 낳은 유엔 사무총장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치욕적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피력해 달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했다. 오히려 주승용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의 ‘빅텐트’ 아래 들어와서 경선을 치러 단일후보가 나온다면 친박이나 친문 후보들을 이기고 무조건 당선될 것”이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야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현 판세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민주당과 반 전 총장을 활용해 민주당의 강력한 대항마 역할을 노리는 국민의당의 전략이 선명한 공수 관계를 만들고 있다”며 “‘반기문’을 이미 적으로 규정한 민주당과 관망 중인 국민의당 사이에서 반 전 총장이 어떤 행보를 보이냐에 따라 전선의 확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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