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인자’ 최지성 부회장 조사
최순실 측에 자금 제공 경위와
李부회장 역할 집중 추궁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
‘삼성의 부정한 청탁 요구’
직접 진술은 확보 못해 고심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수사 중인 박영수(65) 특별검사팀이 9일 삼성그룹 2인자인 최지성(66) 미래전략실장(부회장)까지 불러 조사해 이 부회장의 소환만 남았다는 관측이다.
특검팀은 이날 최 부회장과 장충기(63)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조사 중에 (이들의) 신분이 피의자로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관련 의혹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문 채 조사실로 향했다.
장 사장은 지난해 11월 18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출석해 한 차례 조사를 받았고, 최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처음 조사를 받는 것이다.
특검팀은 미래전략실의 최고위 수뇌부인 최 부회장 등을 상대로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측에 자금을 제공한 경위와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특검팀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들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던 박상진(삼성전자 사장) 대한승마협회 회장은 “폐쇄병동 입원 치료 및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박 사장은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 관련 실무를 담당했다. 특검팀은 최 부회장 등의 조사를 마친 뒤 필요하면 박 사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삼성의 심장부로 불리는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의 지시 혹은 승인을 받아 최씨 일가에게 특혜성 지원을 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곳을 압수수색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특검팀에 인계했다. 특검팀은 앞서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씨가 실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을 후원한 경위에 대해 임대기(61) 제일기획 사장을, 정유라씨 특혜지원에 대해 이영국 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현 제일기획 상무) 등을 조사했다.
특검은 삼성 관계자 무더기 소환을 통해 최씨 측에 제공한 자금의 성격과 대가성 여부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검팀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배경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지시 루트를 상당부분 파악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등 삼성의 최씨 측 지원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을 도와준 대가였다는 물증도 다수 파악했다.
다만, 특검팀은 삼성 측이 ‘부정한 청탁’을 요구했다는 직접 진술은 확보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게 하거나 줄 것을 약속할 때 적용 가능해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한다. 삼성 측은 의혹이 제기된 뒤 청와대 등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최씨 측을 지원했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향후 특검은 제3자 뇌물죄 적용을 위해 ‘박 대통령-최순실-삼성’의 3각 커넥션을 규명하고 각종 증거를 토대로 이 부회장을 소환 조사해 압박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이 부회장이 소환 조사를 받는 건 시간 문제일뿐”이라며 “조사 여부보다 부정한 청탁 여부를 밝히는 게 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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