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61) 강원지사에게 정유년(丁酉年)은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지방분권형 개헌에 나서는 한편, 2018평창동계올림픽 붐 조성과 서민생활 안정 등 강원도정 현안도 함께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개헌론자 가운데 한 명인 최 지사는 “현재 자치단체 업무 가운데 80%가 상위법령에 의한 ‘위임사무’로, 자치의 핵심가치인 자율을 논하기 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2할 자치’라는 한계를 넘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실현할 개헌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 지사는 “지방정부에 최소한의 표준형식을 나눠주되, 행정집행과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외교와 안보, 국방을 제외한 주민생활에 밀접한 영역을 지방정부가 맡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87년 체제’가 완전히 담지 못한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새 헌법에 실현하자는 주장인 셈이다. “시대의 요구를 반영한 개헌으로 답보상태에 빠진 대한민국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제도와 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할 때이기도 하고요.”
최 지사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인 최명희 강릉시장과 연대해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개막을 1년 여 앞둔 평창동계올림픽 붐 조성은 올해 최문순 강원도정의 핵심 사업이다.
평창올림픽은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렸다. 최순실과 조카 장시호가 올림픽 이권 사업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자 국민적인 열기가 싸늘히 식은 데 이어, 하루가 멀다 하고 의혹이 쏟아졌다. 이 여파로 강원도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 1,200억 원 가운데 18%에 불과한 216억 원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최 지사는 “문화올림픽과 개최지 경관개선사업 등을 추경예산이나 특별교부세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악조건 속에서도 예산확보는 물론 국내외 언론홍보, 올림픽 기반시설 완공을 차질 없이 추진해 ‘강원도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올해는 도지사 최문순의 경제정책을 평가 받는 해이기도 하다.
덴마크의 실업제도인 겐트(Ghent) 시스템을 벤치마킹 한 ‘강원 일자리 안심공제’는 언론노조 위원장과 방송사 최고경영자 등 노사 컨트롤 타워를 모두 경험했던 그가 내놓은 야심작이다.
이 시스템은 근로자와 사측 부담금과 강원도 지원금으로 조성한 기금을 노조가 관리하며, 해고 시 급여의 최대 90%까지 보장하는 것이 핵심. 월 최대 실업급여가 130만원, 보장기간이 최대 240일에 불과한 현행 제도를 보완해 근로자 생활안정을 돕는 사회안전망이다. 강원도는 상반기 2, 3개 업체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 지사는 “충분한 실업급여를 지급하면 생활안정은 물론 재취업을 위한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일자리 유연성이 확대돼 해고에 따른 저항이 줄어들고 비정규직도 감소하는 효과도 예상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발행한 지역화폐인 강원상품권 정착 여부 역시 최 지사의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최 지사는 지역화폐 발행을 2년 넘게 준비했다. ‘경제적 분권’을 강조하며 직접 경제단체 관계자를 만나 설득하고 협조를 구했다. 매년 4조원 가량에 이르는 지역자금 유출액 가운데 일정부분을 지역에서 순환시키면 내수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사용처 확대 차원에서 강원상품권을 관광패키지와도 연계할 것 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강릉 고속철도, 경춘선ITX 요금과 음식, 숙박업소를 연결하는 ‘원 패스 카드’에 강원상품권을 적용할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최 지사는 특히 올해 지역 간 경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재투자법 제정을 위해 국회 차원의 입법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내수 활성화와 함께 강원경제의 외연확장을 위한 구상도 밝혔다. 국내 소비시장에서 인지도 높은 쌀과 한우, 명주(名酒) 등 지역 특산물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최 지사는 “강원경제 영토 확장을 위해 중국, 일본에 이어 올해 동남아본부를 신설해 세일즈에 나서는 등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확대해 경제활성화를 이루고, 촘촘한 사회복지망이 든든히 도민들의 뒤를 받쳐주는 ‘주식회사 강원도’를 구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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