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日대사ㆍ부산총영사 일시귀국 강행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에 대한 일본의 전방위적 공세가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가 9일 본국으로 일시귀국한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은 해외에서 한국을 비판하는 국제여론전에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의 보복 조치들에 유감 표명 이외에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는 등 무력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체코를 방문중인 기시다 장관은 8일(현지시간) 일본 기자들에게 “위안부 합의는 많은 국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한일합의로 최종적ㆍ불가역적 해결이 이뤄졌다는 것이 확인됐음에도 일본 공관 앞에 소녀상이 새로 설치된 사태는 극히 유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과 한국 모두 합의내용을 이행할 책임을 갖고 있다”며 “일본은 (10억엔 지원을)이행한 만큼 한국측도 소녀상 문제를 포함해 합의내용을 착실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국내에서도 연일 한국 정부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한파로 불려온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 7일 TV아사히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가끔 이런 일로 괴상하게 되는 게 한국의 특징이다. (10억엔이)싫으면 받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고 지지통신이 9일 보도했다. 그는 “받을 것을 챙긴 후에 이러는 것은 이상하다. 앞으로 양국간 관계에 (이러면) 서로 재미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일간 충돌의 중대 분기점은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 될 전망이다. 외신들은 일본 정부가 트럼프의 마음을 사고 한국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아베 총리가 27일 계획대로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위안부 한일 합의에 있어 미국이 일본측에 서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와 관련 NHK는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이 6일 한 뉴스콘퍼런스에서 “미국은 한일 위안부합의가 한일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고 말한 대목을 부각시켜 미국이 합의준수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식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9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오른 나가미네 대사는 오후 2시 10분께 도쿄 하네다공항으로 입국했다. 굳은 표정으로 입국장에 들어선 나가미네 대사는 심경을 묻는 한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나가미네 대사는 김포공항에서 “부산 소녀상 설치는 매우 유감이다”라며 “일본에서 관계자와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만 짧게 말했다. 나가미네 대사는 이날 새벽 김해공항을 통해 먼저 입국한 모리모토 부산 총영사와 함께 11일 귀국하는 기시다 외무장관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나가미네 대사의 일시귀국이 1주일 정도 예상됐지만 기시다 장관과의 대화 이후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