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도발 예고에 미국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전날 북한 외무성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언급이 나오자마자, 8일(현지시간)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요격을 다짐하고 국무부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가 마무리 단계이다”라고 밝힌 후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이 미국에 닿을 수 있는 핵무기 개발 주장을 했으나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응수하며 불붙은 북미간 미사일 공방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카터 국방장관은 이날 NBC방송에 출연해 “만약 북한 ICBM이 우리를 위협한다면, 또 우리 동맹이나 친구 중 하나를 위협한다면, 우리는 격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방부의 임무는 북한보다 한발 앞서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터 장관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과 관련, 미군이 최근 기술적으로 진전을 이뤄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 일본, 괌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개선됐으며 주한 미군 2만8,500명의 임전태세가 확고한 점도 소개했다.
저스틴 히긴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도 이날 한국 언론에 보낸 논평에서 미국이 최근 개량형 지상발사 요격미사일(CE-II) 실험 재개에 성공하는 등 북한과 같은 나라의 제한적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 역량 개선에 진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강경한 반응은 북한 ICBM 발사가 미국 정책담당자들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레드 라인’이기 때문이다. 핵우산 등 동맹국들에게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안보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ICBM발사를 방조하는 방식으로 미국 서부를 북한 타격권에 들어가도록 하는 상황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보수층의 여론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사설을 통해 북한 ICBM이 발사되면 미국이 격추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미국에 도착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위협을 주며, 이 문제에 대한 한미 공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 이전에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서 (한미 안보문제를) 협의하고 한미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미국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카운터파트가 될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소녀상 설치 이후 한일간 외교 마찰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관련, “우리는 재작년 말에 합의된 절차를 그대로 준수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미국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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