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가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 수위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이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로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등 고강도 압박조치를 들고 나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TV에 나와 “국가신용”을 거론하며 “한국이 (합의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어찌할 수 없는 민간차원의 소녀상 설치에 대해 “한국 정부에 철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고 하는 등 내정간섭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군대위안부라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기막힌 현실에 말문이 막힌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의 뒤틀린 역사인식이나 일을 이 지경에까지 이르도록 한 우리 정부의 무능을 개탄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국정이 표류하는 사이 중국과 일본은 미국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의 새판을 주도하기 위한 힘겨루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의 보복적 대응이 단적인 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보복조치를 부정하고 있으나 관계기관을 총동원해 전방위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 한류 콘텐츠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이나 비관세 장벽을 활용한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 등은 중국 당국의 지시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화장품 불매 운동까지 선동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와의 공식채널은 모두 끊은 채 우리 야당의원들을 환대해 정치선전에 나선 것 또한 다음 정부에서 사드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출범도 우리에게는 버거운 도전이다. 주한미군 철수까지 공공연히 말하는 그가 어떤 한반도 정책을 펼칠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지만, 보다 공세적 대중 포위에 나서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경우 안보와 경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해 온 우리가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우리에게 격변의 동북아를 헤쳐 나갈 역량이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내부가 중심을 잡는 게 먼저다. 불안정한 과도기적 상황일수록 더 그렇다. 그러나 사드, 위안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에서 저마다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국론이 갈가리 찢어진 게 현실이다. 선거를 앞둔 당파적 이해 앞에 국익을 희생시키려 한다면 누가 최고지도자가 되든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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