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전 병력과 연관 가능성”
주당 40시간 미만 고객 상담업무를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콜센터 상담원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이규훈 판사는 콜센터 직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통신업체 콜센터에서 일하던 A씨는 월요일이던 2013년 11월 4일 오전 11시쯤 갑작스런 어지러움과 마비 증세를 호소하며 쓰러진 뒤 병원에 옮겨져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월요일 오전은 평상시보다 업무량이 30% 이상 급증하고, 10월 영업실적이 급감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특히 불만전화 상담으로 인간적 모멸감을 느껴 병이 생긴 것”이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공단은 업무와 재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신청을 거부했고 A씨는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냈지만 이 역시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39시간, 12주간 주당 평균 37시간 40분 정도 일한 것으로 계산됐다. 이 판사는 “A씨의 기본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 격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발병 직전 1일부터 3일까지 휴가 내지 휴무로 근무를 하지 않았다”며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이나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쓰러진 시간대에 통화량과 통화시간이 늘어났으나 이는 매주 월요일마다 반복되는 현상으로 A씨에게는 익숙해진 근무환경”이라며 “상담전화에서 불만전화가 차지하는 비율, 빈도 및 건수 등을 볼 때 A씨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이나 악성 고객의 욕설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또“A씨가 음주나 흡연 습관은 없지만 2013년 3월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 측정치가 높아져 이상지질혈증관리 및 혈압관리 소견을 받았다”며 “A씨의 발병은 이전의 병력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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