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7’ 행사장.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한창이 이곳에서 당당히 ‘국가대표’로 전 세계인 앞에 선 이들이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대기업 못지 않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각국의 신생혁신기업(스타트업)들이다. 그 동안 대기업들 틈바구니 속에서 조연에 머물렀던 CES의 스타트업 전용 전시 공간은 올해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가장 뜨거운 현장 중 하나였다.
이번 CES에서 스타트업 전용 전시 공간인 ‘유레카 파크’는 당당한 주연이었다. 지난해에는 500여개 기업이 참여했지만 올해는 20% 늘어난 600여개 기업이 신제품을 들고 모여들었다. 300여곳이 참여했던 2015년보다 2배 이상 커진 규모다. CES 관계자는 “올해 유레카파크는 CES 전체 규모의 16%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CES 전시 기간 동안 유레카파크 전시 비용은 부스 당 총 100만원이다. 전기료 150만원은 별도로 내야 한다. 부스당 최소 2,000만원 정도로 알려진 스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비하면 그야말로 실비 수준이다.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리는 효과가 큰 만큼 스타트업들이 줄지어 문을 두드리고 있다. 6,000㎡ 에 달하는 올해 유레카파크 전시공간에는 로봇과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스마트라이프스타일, 건강 등을 키워드로 내세운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다.
국내 스타트업의 활약은 ‘혁신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CES가 150여개국 3,800여개 기업의 수천 여종 제품들 중 446개 제품에 수상하는 ‘혁신상’에 크레모텍, 망고슬래브, 솔티드벤처, 네오펙트 등 국내 4개 스타트업이 유수 기업들을 제치고 이름을 올렸다. 이중 망고슬래브는 부문별 최고점수를 받은 35개 제품에만 주어지는 ‘최고 혁신상’도 받아 큰 화제를 모았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서 분사한 망고슬래브는 미니프린터 ‘네모닉’으로 ‘컴퓨터 액세서리’ 부문 최고 점수를 받았다.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와 연동돼 있어 휴대폰 화면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면 네모닉이 점착 메모지(포스트잇)에 출력해 준다. 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는 “머리 속 아이디어를 바로 데이터화하는 제품을 계속 내놓으면서 삶에 혁신을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CES 같이 세계가 주목하는 박람회는 스타트업들에게 해외 진출의 기회를 모색하고 사업성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해외 바이어와 투자자들과의 만남은 국내 시장으로 한정된 시야를 넓혀주기도 한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으로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는 때에 국제 전시회 수상 경력은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 KOTRA 등의 지원을 받으면 비용도 줄일 수 있는 만큼 적극 활용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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