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서 1만1000대 판매
전기차는 단숨에 시장 1위 차지
목표량의 50% 그친 하이브리드
해외서 호평 이어지며 체면치레
‘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 가도 샌다’는 속담이 적어도 자동차 시장에는 맞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엑센트’, 기아자동차 ‘프라이드’와 ‘쏘울’, 한국지엠(GM)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등은 국내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놀라운 수출 실적을 과시하는 차들이다. 현대차가 국내 최초로 친환경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해 지난해 1월 첫 선을 보인 ‘아이오닉’도 같은 부류에 포함될 준비를 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오닉 브랜드는 지난해 국내에서 총 1만1,148대가 판매됐다. 엔진과 모터를 같이 쓰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가 7,399대,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3,749대였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규모가 작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단숨에 1위를 차지해 그런대로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굴욕을 맛봤다. 현대차가 출시행사에서 밝힌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지난해 연간 판매목표는 국내 1만5,000대와 해외 1만5,000대를 합쳐 3만대였지만 국내 판매량은 목표의 50%에 그쳤다. 쏘나타 하이브리드(7,304대)와의 차이는 고작 95대다. 두 달이나 늦은 지난해 3월말 출시된 기아자동차 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 판매량(1만8,710대)과 비교하면 절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이와 달리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지난해 해외 수출량은 당초 목표에 근접한 1만4,629대였다. 수출이 하반기에 본격화한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실적이다. 미국(1,547대) 영국(1,171대) 프랑스(998대) 독일(997대) 등 자동차 강국들이 수출 상위권 국가라는 것도 고무적이다.
해외에서는 아이오닉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다. 지난해 10월 유럽 최고 권위의 독일 자동차 매체 아우토빌트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상품성이 하이브리드차의 원조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앞섰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차를 통틀어 판매 중인 차량 가운데 연비 1위에 올랐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전기차의 경제성 지표인 ‘전비’(電費ㆍ전기차 연비)가 가장 좋은 차로 인증을 받았다.
그야말로 국내에서 한껏 설움을 받다 해외로 나가 기사회생한 셈이다. 지난해 내내 아이오닉의 성적표를 보며 걱정했던 현대차도 수출에 탄력이 붙고 해외에서 호평이 이어지자 한숨을 돌렸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로서 경쟁력이 뛰어난 아이오닉이지만 SUV가 각광받고 소형차가 침체된 국내 시장의 틀을 깨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