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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루살렘

입력
2017.0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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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예루살렘은 중동분쟁의 뇌관 같은 곳이다. ‘성전산’이라고 부르는 구시가지의 템플마운트에 밀집한 유대교ㆍ이슬람교 성지들을 둘러싼 종교적 영유권 갈등 때문이다. 로마가 파괴한 솔로몬왕 성전을 두른 ‘통곡의 벽’은 유대교, 이슬람창시자 무함마드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는 알 아크사 사원은 이슬람의 성지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청사인 오리엔트 하우스도 여기 있다. 3차 중동전 때 이스라엘이 요르단으로부터 동예루살렘을 강제 병합한 이후 그 지위 문제는 언제나 평화협상의 최대 난제가 돼왔다.

▦ 유엔 안보리가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과거 비슷한 결의안에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한 미국이 처음 기권으로 돌아선 때문이다. 그러자 벤자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가 “중동 전체에 불길을 당기는 처사”라며 극렬히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는 “비열한 복병”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평화의 원칙으로 제시한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하고 팔레스타인 영토를 힘으로 분리해 고사시키려는 이스라엘의 분개하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이다.

▦ 오바마와 네탄야후의 악연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일방적 친이스라엘 정책이 네탄야후의 매파 성향을 부추겼을 성싶다. ‘어떤 주권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국제사회의 뜻을 무시하고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거나 정착촌 건설을 옹호하는 극우 유대교도를 이스라엘 대사로 내정한 것은 두 국가의 공존을 합의한 오슬로 협정 이후 20여 년에 걸친 평화 여정을 모두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관타나모, 기후변화, 이란 핵 등 오바마의 정책을 모두 뒤집겠다는 트럼프의 오기가 예루살렘 문제로까지 이어진 것일까.

▦ 2000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알 아크사 사원을 전격 방문하면서 터진 무슬림의 2차 인티파다(봉기)는 수천 명의 목숨을 뺏는 참사로 이어졌다.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테러가 처음 등장한 것도 그 직후다. 균형을 잃은 트럼프의 중동정책으로 미국이 ‘정직한 중재자’역할을 잃고, 중동이 다시 세계의 화약고로 대두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하나의 중국’에 이어 중동의 ‘두 국가 원칙’이라는 금기마저 깨뜨리려는 트럼프가 그리는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두렵다.

황유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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